#국내 #힙합 #앨범
오늘은 DND에서 국내 힙합 앨범 중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것 3가지를 뽑아보려고 합니다. 이는 지극히 DND만의 주관적인 평가이니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선정 기준은 DND에서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도전 정신, 뚜렷한 신념 등이었습니다. 물론 앨범 각 트랙의 유기성, 멜로디 등의 음악적인 요소도 부차적으로 적용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사실 DND가 ‘와, 이거 진짜 힙합이다. 미친 명반이다.’라고 느낀 것을 중심으로 선정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하나하나 설명하겠습니다. 참고로 설명하는 순서는 순위와 연관이 없습니다.

Table of Contents

E-Sens : The Anecdote

먼저 거론하고 싶은 래퍼는 바로 ‘이센스(E-Sens)’입니다. 그는 아마 힙합 리스너 및 평론가들에게 현재 국내 래퍼 원탑이 누구냐고 묻을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래퍼일 것입니다. 국내에서 절대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염세적인 플로우와 톤, 머릿속에 영화처럼 그려지는 솔직한 가사 등은 그를 어느 순간 독보적인 위치로 올려놨습니다. 그러나 그가 가장 훌륭한 래퍼로 칭송받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투쟁’이었습니다. 과거 다이나믹 듀오가 설립한 소속사에서 슈프림팀으로 활동할 때, 계약 및 사적인 간섭 등으로 이센스는 소속사 사장인 개코와 갈등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당시 국내 랩, 음악에서 최고의 위상을 뽐냈던 개코는 이센스의 거침없는 랩에 답하지 못하며 대중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습니다. 이후 이센스는 해당 소속사를 나와 정규 앨범 1집을 제작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The Anecdote’라는 앨범이었습니다. 참고로 이는 발매되기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디스전, 소속사 이탈 이후 이센스의 다음 행보에 대해 수많은 대중이 궁금해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어떤 앨범을 내고 어떤 가사들로 스스로를 나타낼지 말입니다.

앨범 제목인 ‘Anecdote’는 ‘자서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이센스는 자신의 첫 정규 앨범을 자서전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를 담은 것입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과 고향의 분위기, 사람들에 대한 회의, 세상을 향한 신념 등을 말입니다. 앨범 커버 사진을 보면 ‘KMH’라고 적혀있는데, 이는 이센스의 본명인 ‘강민호’를 뜻합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그가 해당 앨범으로 얼마나 진지하게 자신의 얘기를 하려고 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겁니다. 또한 가사들을 살펴보면 모두 이센스의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 담겨 있어 리스너들이 많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더불어 프로듀싱 또한 매우 놀랍습니다. 이센스는 이전부터 옆사람에 말을 건네듯 무심하게, 투박하게 랩을 뱉는 클래식한 스타일이었습니다. 이 스타일은 지금까지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너무 올드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 호불호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Anecdote의 모든 트랙의 비트들은 오히려 이센스의 클래식함을 장점으로 승화시킵니다. 특유의 서정적이면서도 어두운 비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무덤덤하면서도 슬픈 감정이 담겨 있게 랩하는 이센스를 더욱 해당 앨범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느낌이 확실히 듭니다. 특히 7번 트랙 The Anecdote, 8번 트랙 Back In Time은 이센스의 랩에 차가우면서도 아득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주입하고 있습니다. 그 어떤 앨범보다 자신의 개인적인 서사를 잘 녹여낸 이센스의 정규 첫 앨범 The Anecdote. 국내 힙합 앨범 TOP3에 충분히 들어갈 자격이 있는 명반이라고 생각합니다.

C JAMM :

다음으로 소개할 래퍼는 바로 ‘씨잼(C JAMM)’입니다. 씨잼은 처음 힙합씬에 나타났을 때, 특유의 쫀득한 래핑과 센스있는 가사, 거침없는 패기 등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래퍼 스윙스는 그와 저스트뮤직 계약을 하면서 미래 힙합 세대를 이끌어 갈 역대급 재능이 있는 래퍼라고 무한히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완전 루키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스트뮤직 입성 이후 나오는 노래마다 스윙스, 바스코에 밀리지 않고 자신의 힙합, 래핑, 태도 등을 온전히 보여준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 힙합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모두 알고 있는 ‘쇼미더머니’를 나가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해당 프로그램엔 총 2번을 참가하여 차례로 3등, 2등을 하면서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엄청난 인기에 비해 씨잼은 개인적인 노래나 앨범으로 힙합씬에 크게 영향을 끼치진 못했습니다. 그가 가진 것은 단순히 저스트뮤직, 천재 루키, 쇼미더머니라는 타이틀이었습니다. 그러다 쇼미더머니 이후 씨잼은 하나의 곡을 대중에게 공개하는데, 이는 바로 그 유명한 ‘신기루’라는 곡이었습니다. 이는 당시 쇼미더머니를 비롯해 힙합씬 전체에 만연했던 정치와 속임 등을 무참히 고발하는 일명 디스랩이었습니다. 그리고 해당 곡과 더불어 수퍼비의 ‘냉탕에 상어’도 함께 나오며 본격적으로 씨잼은 힙합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즉, 해당 사건을 계기로 씨잼은 ‘천재 루키’라는 타이틀을 온전히 벗어던지게 됩니다. 물론 대마초 복용으로 감옥을 가면서 찬란했던 그의 인기는 점차 식어갔습니다. 그리곤 하나의 ep앨범이 갑자기 발매됩니다. 한국 Emo 힙합의 막대한 영향을 끼친 앨범인 ‘킁’이 말입니다.

이전부터 발매됐던 자칭 Emo 노래 및 앨범들은 전부 ‘영어’라는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오토튠을 이용해 영어와 한국어를 멋지게 보이게 섞어 부르는 정도였습니다. 당시 평론가들은 이를 두고 외국의 스타일을 모방하는 것에 그쳤다며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앨범 킁은 달랐습니다. 이는 국내 Emo 힙합의 수준을 몇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전까지 한국어로 라임을 구성하는 데에 있어 어려움이 굉장히 많았는데, 이를 약 8~90%정도 해소시킨 것이 바로 씨잼의 킁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ㄷ, ㄱ, ㅋ과 같이 각이 진 날카로운 자음들을 ㄴ, ㅁ, ㅇ, ㄹ과 같은 부드러운 자음들로 변환해 라임을 매끄럽게 구성하여, 리스너들로 하여금 각 트랙의 멜로디 흐름을 더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더해 원래도 재밌었던 그의 가사가 킁에선 더욱 업그레이드된 형태로 재치와 센스를 발휘했으며, 약(대마초)을 했을 때 당시의 본인의 상황과 왠지 모를 고독과 쓸쓸함도 해당 앨범을 명반으로 만드는 데에 일조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트랙이 있다면 아무래도 도입부 멜로디와 가사가 인상적이었던 ‘가끔 난 날 안 믿어’, 몽환적인 락 사운드를 곁들인 ‘포커페이스’를 꼽고 싶습니다. 사실 킁은 앨범을 들을 때마다 좋아하는 트랙이 바뀔 정도로 모든 트랙의 퀄리티가 상당하기에 꼭 여러 번 들어보길 바랍니다.

BILL STAX : DETOX

구 바스코(Vasco)였던 그는, 현재 빌스택스(BILL STAX)라는 랩네임을 사용하며 활동하고 있는 래퍼입니다. 저스트뮤직 당시 씨잼과 스윙스, 천재노창과 함께 활동을 했었습니다. 아마 당시 한국 힙합씬에서 가장 거칠게 랩을 뱉는 사람 세 손가락에 늘 들어갔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밑바닥 무명 래퍼에서 정상까지 그 누구보다 스스로의 신념과 가치를 세상에 팔지 않은 인물이었습니다. 물론 쇼미더머니 초창기 때 참가하여 대중에게 인기를 받은 사실이 있지만, 당시 프로그램 초창기 성격이 완전 힙합 그 자체를 원했던 느낌을 감안하면 그가 참가는 그냥 힙합 자체였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본선 무대에서 보인 모든 곡들이 그를 완전히 대변한 것들 뿐이었습니다. 또한 잠깐 논란이 있었던 ‘락스코’ 사건 또한 현재엔 시대를 앞서간 행보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기에 바스코는 본인 자체가 힙합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한창 쇼미더머니로 인기를 끌고 있을 때 그는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됩니다. 바로 ‘바스코’라는 랩네임을 과감하게 버리기로 한 것입니다. 단순히 명예와 돈을 위해서 자신을 대중이 원하는대로 파는 것이 힙합에 잘못된 것이라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과거 거칠고 성공을 향해 달려간 바스코와 달리, 당시 그는 세상에 대한 회의가 몰려옴과 동시에 약(대마초)에 대한 애정 또한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탄생한 랩네임이 바로 ‘빌스택스’입니다. 그는 약(대마초)으로 여러 사건을 겪고 난 이후 해당 랩네임으로 대한민국 최초로 대마초에 대한 앨범을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주위 래퍼들이 그를 적극적으로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빌스택스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신념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습니다. 이미 해외에선 약(대마초)에 대한 노래와 앨범을 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불법이기도 하고, 아직 그것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만연했기에 그 어떤 래퍼도 이에 대해 잘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씨잼의 킁의 몇 가지 트랙은 약(대마초)에 대해 말하고 있긴 했지만, 이것이 해당 앨범의 주는 아니었습니다. ‘DETOX’는 발매 이후 신선한 충격을 대중에게 선사했으며, 빌스택스의 생각과 달리 의외로 평론부터 시작해 대중들은 해당 앨범을 극찬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앨범은 커버만 보더라도 굉장히 자극적으로 보일 것입니다. 아예 약(대마초)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빌스택스의 이러한 과감한 시도는 향후 한국 힙합씬의 분위기를 더욱 개방적으로 만드는 것에 일조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언젠가 도전했어야 할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렇게 과감히 표현하는 것을 두고 혹자는 여러 사람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일단 해당 문제는 잠깐 차치하고 앨범 얘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 앨범의 구성은 총 2가지로 나뉩니다. 처음은 ‘Side A : SATIVA’로 총 6개의 트랙이 있습니다. 해당 트랙들은 약(대마초)을 했을 때, 몸과 정신 등 전체적 텐션이 올라가는 느낌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Side B : INDICA’로 총 6개의 트랙이 있습니다. 해당 트랙들은 약(대마초)을 했을 때, 몸과 정신 등 전체적 텐션이 내려가는 느낌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들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재치 있는 앨범 구성이 트렌디한 빌스택스의 플로우, 가사와 만나 명반이 탄생했습니다. 만약 미래의 대한민국에서 약(대마초)이 완전 합법화가 된다면 해당 앨범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세상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여 자신의 가치를 실현했기 때문입니다.

DND VIDEO : https://www.youtube.com/channel/UCUCGcag0CwDoFKbPluG8Fy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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