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밍 비명 사건

로봇2022년 2월 19일, 지하 1층 네이밍 연구소에서 약 10명의 팀원이 비명을 지르며 지상 로비로 올라왔다. 5일 동안 ‘두려움과 환희를 동시에 느끼는 5인 가족의 가훈’을 만드는 것에 짜증과 환멸을 느낀 것이다. DND는 일주일마다 전문 상담사들을 외부에서 고용해 각 부서를 돌며 여러 고민 상담을 하게 했는데, 이 방법의 한계가 결국 절정에 다다른 것이다. 그렇게 로비에 모인 10명은 각자 자신이 여태까지 네이밍했던 여러 창의적인 이름들을 끊임없이 내뱉으며 사내 전체를 시끄럽게 했다. 사내 모든 부서, 프로젝트의 이름은 오로지 그들의 몫이며, 항상 창의적이면서 의미가 있는 듯 없는 듯 지어야 했기에 그들의 이러한 자극적 행동은 충분히 이해될 만한 행동이었다. 잠시 후 해당 소란을 중지시키기 위해 지상 1층에 있는 거짓 작가팀, 취재 전략팀의 몇몇 직원들은 이들을 휴게실로 인도했다. 참고로 휴게실은 사내에 총 20곳이 있으며, 허브향 산소 호흡기, 안구 호흡 찜질기, 도수 치료 안마기 등이 각 휴게실마다 10개씩 비치되어 있다. 이 같은 장비들은 단기간 스트레스를 날리기엔 매우 효율적이었기에 잠시나마 그들의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하지만 장기간 그들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것이 회사 미래를 봤을 때 더 효율적이었기에 해당 사건은 단숨에 DND 수장에게 전달되었고, 수장은 곧바로 임원진 회의를 당일에 열었다.

헤드셋 상담 OFF

DND 수장과 임원진들은 네이밍 연구소 직원들을 상대했던 외부 전문 상담사 5인을 소집했다. 그리고 약 1시간 동안 대면 질의응답을 하면서 그들의 상담법에 특이점을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해당 상담사 전부 네이밍 연구소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제거하기 위해 상담 기계 전문 회사 ‘DEMONIST’에서 구입한 스트레스 제거 헤드셋 ‘NOI-33’를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네이밍 연구소 직원들 모두가 다른 부서와 달리 매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상담할 때마다 그들에게 해당 헤드셋을 강제로 씌워 편히 상담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에 대해 DND 수장은 해당 5인을 곧바로 퇴출시켰다. 그 이유는 약 2년 전에 있었던 ‘상상 세척기 분출 사건’의 기억 때문이었다.

무신경 세척

2020년 1월 8일, 사내에 특별한 이벤트가 열렸다. 창의성을 강렬하게 원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일명 ‘상상 세척기 사우나’이벤트였다. 참가 조건은 DND 직원으로서 창의성을 발휘하여 일궈낸 성과 최소 3개 이상을 지상 10층에 있는 블랙 이벤트팀으로 서면 제출하면 되었고, 선발 인원은 총 3명이었다. 참고로 블랙 이벤트팀은 다소 가학적이라고 보일 만한 독특한 이벤트들을 사내 직원 혹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했는데, 이 모든 과정은 관찰 카메라로 촬영되어 추후 DND 광고로서 활용되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것이다. 도대체 왜 창의성을 강렬하게 원하는 직원들이 상상 세척기 사우나를 원했는지에 대해 말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상상 세척기에는 총 40개의 다른 기능을 가진 버튼들이 존재했다. 이를테면 고장난 물건을 아예 기괴한 건축 재료로 변형시키거나, 동물의 훼손된 신체 일부를 고통의 울림소리로 압축하는 등의 버튼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다수의 버튼 중 유일하게 온전히 사람을 이롭게 하는 버튼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무신경 버튼’이었다. 특히 이것은 사람의 뇌를 온전히 무신경으로 만들어 어떠한 잡념도 없애주는 역할을 했다. 참고로 이 버튼은 해당 이벤트가 열리기 7일 전까지 주로 DND 수장과 임원진들만 사용했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회사 초기에 처음 상상 세척기가 도입되었을 때, 직원들이 수장을 포함해 지금의 임원진들만 있었기에 자연스레 그들만 사용한 것이었다. 실제로 사내 직원 90% 이상이 해당 버튼의 존재를 몰랐었다. 그러다 이벤트가 열리기 10일 전 어느 날, 상상 세척기에 사내 모든 의자와 책상을 세척하는 Pinscher팀의 막내 ‘스커이튜’가 밤 11시에 홀로 야근 중 남은 의자 7개를 세척하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그것들과 함께 세척기에 들어갔다. 그러자 상상 세척기의 자동 감지 시스템이 작동하여 인간이 들어감을 인지한 후 자연스레 버튼의 기능을 ‘무신경 버튼’으로 변경하는 일이 벌어졌다. 약 30분 후 세척기에서 나온 스커이튜는 해당 기계의 좌측 상단에 기능 설명란을 보고 무척 놀랐었다. ‘물질 세탁 기능’이 아닌 ‘무신경 기능’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척기 안을 보니 넣었던 의자들 모두 약 3mm 정도의 의자 원재료 성분으로 분해되어 있었으며, 더욱 기이했던 건 스커이튜의 머릿속에 그 어떠한 잡념도 약 2일 동안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곧 사내 전체에 소문이 퍼졌고, 해당 버튼을 경험하기 위해 미친 듯이 지상 2층으로 몰려드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DND 수장은 해당 버튼 사용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고, 이에 대해 2시간 동안 직원들 대다수가 반발하자 결국 ‘상상 세척기 사우나’라는 이벤트를 열기로 했다. 대신 그간 창의적 능력을 인정받은 단 3명만을 선발하도록 하는 조건을 걸었다.

상상 세척기 분출 사건

약 14일간 총 50명의 직원이 해당 이벤트에 참가했으며 오직 창의성 성과를 바탕으로 선택된 최종 3인의 명단이 사내 대형 스피커를 통해 발표되었다. 거짓 작가팀의 수장 ‘예두삼’, 네이밍 연구소의 직원 ‘스나부라 미토’, ‘무츠완 핌’이 그 주인공이었다. 실제로 이들은 최근 4년 동안 양과 질에 있어 다른 직원들보다 유독 뛰어나게 수행해 온 촉망받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곧바로 상상 세척기 앞으로 다가가 셋이서 한꺼번에 그것에 들어가 무신경 사우나를 즐기는 영광을 누렸다. 그런데 약 10분쯤 지나자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상상 세척기의 문이 갑자기 개방됨과 동시에 그 셋의 신체가 그 속에서 펑! 하고 튕겨져 나온 것이다. 신기했던 건 바닥에 흩뿌려진 그들이 죄다 매우 영롱한 눈빛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불길에 휩싸인 도롱뇽의 심장을 염탐하는 두꺼비의 차가운 동공과 흡사했다. 이후 약 3일이 지난 후, 그들은 평소와 다른 이상 반응을 보였다. 창의적인 업무에 대해 그 어떤 것도 행하지 못한 채 우울한 분위기만을 내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DND 수장은 지상 15층에 있는 인간 변화 분석팀에 그들의 변화에 대해 분석하고 진단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약 20일이 지난 후 최종 진단이 나왔다. 이벤트에 최종 선택된 3인 모두 평소 창의력을 담당하는 Synev라는 신경 세포가 일반인들보다 약 3.4배나 더 많았고, 이를 강압적으로 세척기를 통해 제거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부작용을 그들에게 일으켰다는 오묘한 진단이었다. 이 사건을 통해 DND 수장은 ‘네이밍 연구소, 거짓 작가팀’과 같이 창의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집단의 스트레스 관리에 대해 더욱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자 큰 다짐을 했다.

불행 로봇의 필요성

외부 전문 상담사 5인을 해고한 이후, DND 수장은 곧바로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일본 최대상담 인력 사무소 ‘나야미 야쿠’에 연락을 시도했다. 참고로 약 5년 전에 DND는 나야미 야쿠의 ‘고민 살충-오키나와 해체 프로젝트’에 대규모 투자를 해서 그들에게 큰 성과를 내게 해준 이력이 있었다. 이 때문에 당시 나야미 야쿠 회장 ‘후리 도쿠만’은 “향후 DND가 어떠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도 총 3번은 무조건적으로 도와줄 것이다.”라며 일본의 모든 방송사를 통해 선포했었다. 도쿠만은 우선 DND 수장이 직접 자신에게 연락을 준 것에 대해 통화를 통해 큰 감사의 목소리를 전했고, 곧바로 자신의 사무소에서 가장 유능한 한국인 상담사 ‘김우환’을 약 1년간 무상으로 DND에 대여해주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정확히 3일 후 DND에 김우환이 입성하게 되었다. 김우환은 먼저 네이밍 연구소, 거짓 작가팀 등 여러 부서들을 돌며 한 사람 한 사람 성실히 대면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고충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10일 동안의 인터뷰를 통해 김우환은 임원진 회의를 열어달라고 DND 수장에게 직접 부탁했고, 그곳에서 충격적인 발언을 하였다. 그는 ‘불행 로봇을 제작하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에 가장 훌륭한 조치’라며 기이한 목소리 톤으로 약 1시간 동안 괴상한 가면을 쓴 채 떠들어 댔다.

AR.150

로봇그의 말에 따르면 특히 창의성이 높은 집단의 경우 공통된 특성이 두 가지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욕설 갈망과 우위 선점이었다. 김우환은 특히 직원들과의 대면 인터뷰를 하며 그들이 하는 말들을 모두 녹음하고 이를 분석하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이 격정적일 때 사용하는 단어들 대부분 욕설이거나 혹은 욕설을 억제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단순히 그들이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결하려는 욕망이 있다기보다는, 자신의 화를 온전히 무감각하게 받아줄 수 있는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인간이 아닌 로봇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력히 이를 표명했다. 그리고 이에 더해 자신이 상대를 마음대로 부림으로써 절대적인 우위를 선점하게 된다면, 그들은 스트레스 해소와 더불어 일종의 강력한 도파민을 얻을 것이고 이는 곧 일의 효율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참고로 만약 이것의 상대가 인간이라면 무의식적인 인간의 두려움(우위에서 밀리는 인간일지라도 단 한 순간의 다짐으로 누군가를 해할 수 있다는 믿음 또는 의식)때문에 이에 대한 도파민이 온전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연설을 차분히 듣고 있던 DND 수장은 곧바로 미국 뉴욕에 있는 인공지능 로봇 제작 회사 ‘GUIGUI’에게 6650만 달러(한화 약 900억 원)를 주고 AR.150 3대를 사내에 도입하였다. 로봇의 정확한 명칭은 Apology Robot. 150으로 일명 사죄 로봇으로 불리었다. 이는 상대 인간이 자신에게 욕설을 마구 뱉으면 진심 어린 사죄를 토해내는 시스템의 로봇이었다. 사죄의 방식은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폄하함과 동시에, 상대 인간이 말한 모든 욕설을 정당화해주는 유익한 형태였다. 단, 하루에 150번의 사죄만 허용되었기에 DND 사내 직원들은 정말 필요한 경우에만 해당 로봇을 지상 1층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해당 로봇을 사용하기 전에 그 옆에 있는 스트레스 측정 기계를 통해 일정 수치 이상이 되어야만 이용이 가능했다. 결과적으로 그 어떤 부서의 직원들도 이후에 스트레스로 인한 고통을 토해내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이전에 잠시 파견된 김우환은 남은 임기 동안 여러 취재 및 프로젝트 속 배우 혹은 시민들의 심리 치료를 맡게 되었는데,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그가 뒤에서 은밀하게 자신이 맡은 환자들의 불행을 이용하는 사업을 어둠의 경로를 통해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었다.

DND VIDEO : https://www.youtube.com/watch?v=24JQrbJTygk&t=304s
DND 사죄 속보 : https://dndnews.co.kr/%ec%82%ac%ec%a3%84-%eb%ac%b4%ed%86%b5-%eb%a7%88%ec%b7%a8-%ec%9a%b0%ed%99%98-%eb%82%9c%ec%9e%85/
DND 강박증 관련 정보 : https://dndnews.co.kr/%ea%b0%95%eb%b0%95%ec%a6%9d-%ec%b9%98%eb%a3%8c-%eb%b0%a9%eb%b2%95-3%ea%b0%80%ec%a7%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