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비명, 비정상 손길

모범DND 지상 15층에서 적절한 템포를 가진 비명들이 점차 끓어올랐다. 같은 층에 있던 사내 선포실 직원 일동은 당시 사내 육회 케잌 섭취 선포를 잠시 중단하고 곧바로 비명의 근원지를 찾아 나섰다. 그들이 다다른 곳은 다름 아닌 인간 변화 분석팀이었다. 문을 열자 목젖 부분에 피가 분수처럼 쏟아진 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해당 팀의 수장 ‘두후 슈미츠’가 눈에 띄었다. 그런데 특이했던 점은 주위 팀원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슈미츠를 도와주기는커녕 분수처럼 튀는 그 피를 이상한 호리병에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평소 특이 인간 형상을 분석할 때 나오는 조악한 미간 형태가 그들의 얼굴에 드리우고 있었다. 사내 선포팀 일동은 이 기묘한 현장을 잠시 넋을 놓고 무려 5분 동안이나 보고 있었다. 도움이 필요한 현장임은 분명했지만, 도움을 원하거나 혹은 주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약 5분이 지난 후 사내 선포실의 대표 아나운서 ‘삼춘우’가 특유의 날카롭고 매끄러운 목소리로 ‘Is it an experiment?’라고 발설했다. 그것은 약간의 독일식 억양이 섞여 있는 문장이었다. 누가 봐도 독일 태생의 슈미츠를 배려한 행동이었다. 잠시 후 슈미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코르셋 마개 같은 것을 정확히 원형으로 뚫려있는 자신의 목젖에 끼우고 일어서며 ‘It’s a transformation.’이라고 나긋하면서도 정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사내 선포팀 일동은 삼춘우의 지시 아래 자신의 부서로 재빨리 되돌아갔다. 해당 사태가 인간 변화 분석팀이 약 2년마다 한 번씩 시행하는 특이 변형 실험이라는 것을 어리석게도 뒤늦게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공명 비교 분석

1년 전, 인간 변화 분석팀은 ‘악성 공명’을 어떻게 취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내 선포실의 발성 좋은 몇몇 직원들과 함께 한 가지 실험을 했었다. 즉 이는 악함을 선의 중간 경계로 포장함과 동시에, 인간이 성대의 이중 접촉으로 공기의 진동을 분산시켜 보다 정확한 파열음을 효율적으로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지옥 수직 단어, 불호 평형 단어 등 여러 부정 단어들이 여러 프로젝트 및 실험으로 인해 생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내뱉을 수 있는 사내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단순히 그 단어들에 갇혀 무언의 압박에 순응하는 나약한 인간의 성대로 의존하며 말을 뱉기만 했던 것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해당 실험은 약 3일간 시행되었다. 슈미츠는 사내 선포실의 직원들을 약 30마리의 동물들과 함께 울림이 일반 방보다 3배 가까이 되는 초대형 방에 집어넣고, 최근 3년 동안 DND에서 개발된 단어들을 모두 뱉게 시켰다. 그리고 이 과정을 모두 녹음하여 해당 방에 들어 있는 동물들의 공명과 비교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 결과, 특정 동물 3마리가 인간의 공명보다 약 2.5~7배나 더 훌륭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험동물 선정

늑대 : 성대의 자유로운 긴장감

늑대는 인간보다 약 2.5배 공명이 더 훌륭했다. 복부의 울림통, 척추의 유연성 등은 인간보다 더욱 둔탁하면서도 신경질적인 소리를 내는 것에 큰 도움을 줬다. 하지만 이 여러 요인 중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바로 자유로운 성대의 긴장감이었다. 늑대는 다른 동물보다 타인에게 정보를 전달할 때와 자신의 무의식을 표현할 때의 소리가 굉장히 비슷했다. 즉, 그것의 성대가 전달하는 내용의 의도와 상관없이 항상 최고의 데시벨을 자랑한다는 것이 늑대와 인간을 비롯한 다른 동물들과의 확연한 차별성이었다. 편안한 상태의 성대는 절대 없었으며, 오로지 긴장감만을 성대에 부여하여 본연의 야만성과 증오, 자신감 등을 표출하였다. 그러니 자연스레 그 공명의 울림이 긴장과 편안함을 이리저리 오가는 인간과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독수리 : 선포, 발포 성대

DND에서 제작하는 단어들 대부분은 무언가를 선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 배우 및 특정 실험 참가자를 선정할 때도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를 어떠한 것을 선포할 수 있는 과감함으로 설정했다. 그런데 이러한 과감 선포를 넘어 발포까지 하는 동물이 있었는데, 바로 독수리였다. 이것은 평소에 성대를 비축해 놓았다가 먹잇감을 발견했을 경우, 하늘을 향해 동시다발적인 공명을 만들어 삼투압 형태의 공기 흐름을 만들었다. 즉, 먹잇감을 향해 살인을 선포하는 것이다. 그리고 곧 자신의 살인을 실행하며 발포적 공명을 무참히 내뱉는다. 이는 선포 공명보다 무려 1.2배, 인간보다 4배나 그 크기가 더 컸다. 이는 먹잇감이 두려움과 후회를 동시에 느끼게끔 다소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었다.

물고기 : 아가미 공명

인간보다 7배 강력한 탁음, 청음, 파열음을 가졌던 동물은 바로 물고기였다. 그들은 소리를 낼 때 특정 성대, 머리, 복부 등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오직 아가미를 활용하여 공명을 일으켰다. 아가미의 내부를 살펴보면 부드러운 줄기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훌륭한 공명의 근원지였다. 즉, 물고기가 아가미를 통해 공기의 진동을 내부에서 외부로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물에 존재하는 산소 입자를 아가미의 숨통 자체가 내부로 끌어와 그 부드러운 줄기에 그 입자가 한번 이완 작용을 일으키게 하고 다시 그 입자를 외부의 공기와 접촉시켜 부피력이 더욱 큰 공명을 수중에 터뜨리는 것이었다. 인간 변화 분석팀은 이러한 아가미의 작용을 파악한 후, 실험 삼아 물고기 200마리의 아가미를 모두 도려내어 그 줄기들에 입자 주입기로 산소 입자들을 마구 쏘아댔다. 그러자 각각의 아가미가 서로 공기 중에서 춤을 추며 인간의 소리보다 무려 12배나 강력한 공명을 만들어 발산했다. 이후 슈미츠는 아가미를 단어 발설에 관련된 DND 실험 및 프로젝트들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을 냈고, 물고기 1,000마리를 해당 분석팀으로 대량 주문했다.

모범 수장 : 아가미 주입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슈미츠는, ‘자고로 수장은 모든 팀원에게 모범이 될 만한 행동을 무조건 해야 한다.’라고 늘 말해 왔었기에 특이 동물과 인간을 결합하고자 하는 실험을 진행할 때 매번 자신이 나서서 그 변형 과정을 직접 감당하길 원했다. 그래서 이번에 아가미를 인간의 성대와 결합하는 실험 또한 당연히 그가 자처해서 나선 것이었다. 약 2년마다 이 결합 실험은 행해져 왔으며, 그 예로 뱀과 인간의 침샘 결합, 두꺼비와 인간의 동공 결합, 곰과 인간의 콩팥 결합 등이 있었다. 슈미츠의 목젖 부분은 지름 약 1.5~2cm정도 인공 드릴로 뚫렸고, 약 10일 동안 아가미 속 세포들이 그곳에 억지로 주입되었다. 처음 약 3일 동안은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와 사내 선포실을 비롯한 여러 부서가 이를 일종의 사고로 오해하여 놀랐지만, 그 이후부턴 점점 인간의 세포로 변형된 아가미의 자태가 슈미츠의 성대에 차분히 자리 잡았다. 결과적으로 총 1,000마리의 물고기가 해당 실험을 위해 아가미를 뺏기고 죽임을 당했으며, 슈미츠는 반인간적 아가미가 완전히 결합된 후 약 200일 동안 온몸이 물고기와 매우 유사한 형태로 유지되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그를 걱정하기는커녕 DND의 모든 직원은 이전의 변형 실험 때와 같이 그의 헌신에 대해 작은 찬사를 보냈긴 했지만, 그의 아가미를 여러 실험 및 프로젝트에 편히 이용한 후 쓸모가 없어지면 매몰차게 그를 내치며 혐오스러워했다. 물론 이에 대해 슈미츠는 그 어떤 불편함과 불만도 느끼지 않았다.

DND VIDEO :https://www.youtube.com/watch?v=C7zpwn6Mdh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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