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에 대한 반대

2022년, DND 광고팀의 하루하루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세상의 추악함과 기괴함을 혼합한 작품이 나올수록 이를 어떻게 사람들에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굉장히 고민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타사 제품들에 대한 광고 대행 문의가 하루에 약 120개 정도 세계 각국에서 쏟아지고 있었기에 더더욱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당시 광고팀 수장 ‘토츠카’는 가장 단가가 높은 광고들을 차례로 처리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에 대해 해당 부서 직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약 1년 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단가가 높은 광고들은 주로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 회사 제품들이었으며, 이들은 다소 보수적인 광고 스타일을 원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해당 회사 제품들의 치명적인 단점들을 모두 숨기는 조건이 필수적으로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었다. 장점들만을 광고에 넣어 사람들을 현혹하는 치밀한 자태를 원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단점을 오히려 부각하고 이를 무시할만한 장점을 마지막에 표출하는 것이 DND 광고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굴복하기만 하려는 토츠카의 대행 광고 선정 방식은 매우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반란의 펀치

광고팀은 여느 때와 같이 아침 회의를 진행했다. 이 부서의 특이한 점이 있다면 모든 회의가 각자 자리에 앉은 채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사내에서 혁신과 창조를 가장 크게 외치는 부서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는 토츠카가 수장으로 임명되자마자 만든 첫 규칙이었다. 이때 회의 내용은 독일 회사 Fahokainc에서 새로 출시한 ‘OKAA 헤어스프레이’ 광고를 어떻게 기획하고 연출할 것인지였다. 당연히 토츠카는 이 광고의 단가가 가장 높았기에 선정했으며, 해당 제품의 단점들을 Fahokainc에서 요구했듯이 모두 숨기려고 들었다. “OKAA 속 유해 물질인 dokein, ronbo에 대한 것은 철저히 숨깁시다. 탈모를 유발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Fahokainc는 끝입니다.” 평소와 같이 모든 팀원은 토츠카의 말에 온건한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팀원 ‘그니쿨’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토츠카의 얼굴을 회의 도중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모니터 속 OKAA 헤어스프레이 사진만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회의 시작 10분 후에 그의 동공은 흔들렸고, 20분 후에 그의 입술이 양 대각선 방향으로 씰룩거렸으며, 30분 후에 그의 손목에 있는 3개의 힘줄이 요동쳤으며, 정확히 회의 시작 45분 후에 그의 주먹이 그의 모니터를 박살 냈다. 마치 OKAA 헤어스프레이의 유해 물질을 짓누르려는 그의 외침과 같았다. 이 물리적 행사가 발발한 후에 모든 팀원과 토츠카는 잠시 멍하니 그니쿨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단 한 번도 DND 사내에서 기물 파손이 의도적으로 일어난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펀치 퍼레이드

이후 그니쿨은 자신의 모니터를 박살 낸 것도 모자라 다른 팀원의 모니터들도 차례로 부수기 시작했다. 하나의 모니터가 깨질 때마다 그니쿨의 입가엔 미소가, 팀원들의 입엔 비명이 새어 나왔다. 단 세 번의 일격만으로 하나의 모니터를 완전히 박살 내는 그니쿨은 마치 격투기 프로 선수와도 같았는데, 당시 그 사건을 겪었던 한 팀원의 말에 이르면 정확히 모니터 정중앙만을 노리는 그의 집중력이 그 어느 업무 때보다 높아 보였다고 했다. 감탄과 공포가 뒤섞인 현장으로 인식된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모든 팀원의 모니터를 깨부순 후, 마지막으로 토츠카의 자리 앞에 다다른 그니쿨은 왼쪽 주머니에서 너클을 꺼내 자신의 양손에 장착했다. 그리고 토츠카의 모니터를 수없이 가격하여 그녀의 자리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으며, 그녀의 책상 위로 올라가 상의를 모두 탈의한 후에 자신의 등과 가슴에 있는 문신을 드러냈다. 그의 문신엔 ‘Good advertisement does not exist on the screen.’이라는 문구가 수없이 반복적으로 적혀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니쿨의 문신 문구 내용이었다. 광고팀에 대한 그의 불만이 당시 뒤에서 말이 많았던 대행 광고 선정방식에 대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즉, 그는 토츠카가 아닌 모니터 자체에 대해 필요 이상의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확신과 연결의 상관성

해당 사건이 일어난 후에 즉시 DND 수장과 임원진 모두가 지상 8층 광고팀으로 달려왔다. 보통은 임원진 회의를 거쳐 각 부서와 대면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으나, 이 사건은 DND의 가장 핵심적인 부서에 5년 연속 선정된 광고팀에 대한 문제였기에 황급히 대면을 결정한 것이었다. 참고로 광고팀은 임원진들이 속한 프로젝트 및 부서들 보다 훨씬 더 복지가 좋았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위해 광고팀 복지 환경에 최우선으로 투자하라는 수장의 즉시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DND 수장은 곧바로 상의 탈의를 한 채 책상 위에서 기이한 춤을 추고 있는 그니쿨을 내려오게 명령했고 해당 문신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자 그니쿨은 오히려 수장의 팔뚝을 강하게 붙잡고 강렬한 눈빛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뱉었다. “광고가 퍼레이드면, 그 퍼레이드는 또 다른 광고를 만듭니다.” 이 말을 듣고 항상 다면적인 연결성을 중요시했던 수장은 곧바로 토츠카를 즉시 해임했다. 그니쿨의 말에 담긴 정확한 이면을 알 수는 없었지만, 해당 단어들의 맥락에 있어 기이한 연결성이 확고히 존재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니쿨을 해당 부서의 수장으로 명령한 후, 어떤 부서에도 간섭받지 않고 모든 일을 마음대로 결정하라고 그에게 지시를 내렸다.

PARADE TICKET

그니쿨은 수장이 된 첫날, 해당 광고팀 이름을 ‘퍼레이드 광고팀’으로 변경했다. 물론 네이밍 연구소를 거치지 않고 말이다. 그리고 이튿날엔 DND에서 제작하는 모든 광고들을 먼저 퍼레이드 형태로 만들고 이후에 영상물로 유포하기로 사내 대형 스피커를 통해 선포했다. 그 어떤 부서, 심지어 DND 수장과 임원진조차도 이에 대해 태클을 걸 수 없었다. 간혹 어떤 직원들은 이 같은 막강한 그니쿨의 권력이 나중에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니쿨의 해당 선포 이후 정확히 7일이 지난 시점부터 DND 사내 그 어떤 곳에서도 해당 불만이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찬사를 보내고 존경하는 분위기가 일어났다. 그 이유는 바로 ‘광화문 헤어스프레이 퍼레이드’ 때문이었다. 그니쿨은 수장이 된지 6일째 되는 날에 Fahokainc의 OKAA 헤어스프레이를 광화문역 근처 교보생명 본사와 광화문 D타워 중간에 있는 약 70m 길이의 길을 무대로 하여 퍼레이드 광고를 진행했다. 퍼레이드는 약 10분 정도 진행되었고, 이를 관람하기 위해선 ‘PARADE TICKET’을 구매해야 했다. 그리고 이를 구매하지 않은 사람들의 관람을 방지하기 위해, 그니쿨은 퍼레이드 근방 50m 내의 지역을 지역상생협약(RWN)을 통해 모두 차단했다. 또 특이했던 점은 티켓을 구매한 관람객들은 교보생명과 광화문 D타워 건물 내부의 창문을 열고 망원경으로 봐야 했다는 것이다. 그니쿨은 VIP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에게만 직접 퍼레이드가 일어나는 길목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기업체들은 DND에게 광고 대행 비용을 지불함과 동시에, 본인들이 부탁한 광고의 퍼레이드를 관람하기 위해 비용을 또다시 지불하는 기이한 굴레에 빠지게 되었다.

DND VIDEO : https://www.youtube.com/channel/UCUCGcag0CwDoFKbPluG8Fy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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