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에 닿은 수단의 입김

2014년 3월 12일, DND 피부 세포 관리팀 5명은 포르투갈에 있는 코임브라에 하나의 표피를 채취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당시 그들의 떠남은 여행도 일도 아닌 그 중간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자신들의 사비가 아닌 ‘DND 견학 수집 비용’을 4층 합법 회계팀에 청구하여 떠났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회계팀에 왜 합법이라는 글자가 붙었는지 궁금할 수 있어 한마디 내뱉자면 2013년 6월에 진행되었던 불리한 합법과 유리한 불법의 사각지대 실험을 당시 DND 해외 오지 개혁팀과 회계팀의 동시 수장인 ‘르마르투 카얀’이 주도했는데, 여기서 문제는 이 실험 장소가 바로 아프리카 수단의 정중앙 상공 120m 높이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당시 아프리카 수단의 정중앙 지상에는 작은 10층 돌탑이 있었는데 거기엔 인간의 표정과 똑 닮아있는 돌들이 여러 개 있었다. 이 중 사랑을 잃은 순교자 표정을 한 돌과 거세 직전 포효하는 폭군 오랑우탄 표정을 한 돌이 매일 오후 8시가 되면 수직 상공 약 100m 높이로 떠올랐다. 당시 DND의 실험은 오후 7시가 되면 종료가 되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어느 날 카얀이 돌탑 근처를 산책하다 문득 하늘을 바라봤는데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을 수밖에 없었던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120m 상공에 계속 떠 있어야 할 당시 유리한 불법 실험체였던 마약 페로몬 인형 30개가 상공 100m 높이에서 앞서 언급했던 두 개의 돌과 결합된 채로 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로 인해 당시 수단의 후막툰 마을 수장은 즉시 DND 해외 오지 개혁팀 일동을 몰아냈고, DND의 아프리카 상륙은 실패로 돌아갔다. 해당 팀이 돌아온 후 곧바로 DND 내부에선 긴급 소집 회의가 열렸고, 그 결과 수단의 돌탑을 재조사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여 DND의 불법에 관련된 것에 조금의 제재를 가하자는 결론이 최종 해결책으로 선정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카얀이 맡은 두 팀 중 한 팀에게 제재를 가하자는 것이었다. 그러자 카얀은 해외 오지를 개혁하기 위해선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력히 표명하며 회계팀의 제재를 원했고, DND 네이밍 연구소와 합의 끝에 회계팀의 부서명을 ‘합법 회계팀’으로 변경하게 되었다.

유행처럼 번진 ‘Testo’

피부 세포 관리팀 5명은 코임브라를 총 5일간 탐사하기로 했다. 그들이 찾는 표피는 코임브라에서 상당히 유행하고 있는 것이었기에 5일이면 충분히 많은 양을 채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코임브라에는 총 24개의 구역이 있었는데, 이 중 리넌블, 세인트히크, 글러만 이 세 구역을 조사하기로 했다. 왜 하필 이 세 구역을 선정했는지는 생각하면 할수록 기괴하다. 위 세 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들은 만 24세 이상의 외국인 출입을 모두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코임브라의 24개의 구역은 규율이 모두 달랐다. 24개의 나라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리넌블은 고집의 도시로 유명했다. 한 예로, 피부 세포 관리팀 일동이 필요한 표피를 채취하기 위해, 사막의 눈빛과 승리 같은 패배를 인식하고 있는 걸음걸이를 한 자들에게 표피의 행방을 물은 적이 있다. 그럴 때면 입맛을 다시며 해당 팀 전원의 발끝부터 머리까지 쭉 흘겨보고선 “Testo!”라고 외쳤다. 이는 라틴어로 ‘입증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도대체 무엇을 자신에게 입증하라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더 답답했던 것은 입증을 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질문한 자들을 따라다녔다는 것이다. 이에 피부 세포 관리팀은 곧바로 DND 자료 추적팀에 해당 내용을 의뢰했고, 리넌블은 노화의 구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다른 구역들보다 노화의 진행 속도가 약 5.4배 빠른 구역이었다. 그들은 노화를 늦추는 방법을 모든 방문객에게 끊임없이 고집을 부렸던 것이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 노화를 단순히 늦추는 것이 아니라 역재생을 통해 다시 젋어짐을 원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어 큰 충격을 주었다.

NIA project : Testo Aging

당시 피부 세포 관리팀의 임시 수장(피부 세포 관리실은 연마다 수장을 임시로 선발하는 특이한 관행을 7년 동안 유지하고 있었다.)이었던 ‘셰크린’은 팀원들 몰래 고뇌에 빠졌었다. 그녀는 DND의 핵심 부서 팀장임과 동시에 NIA(National Institute on Aging, 국립노화연구소)의 역재생 실현팀의 수장이었기 때문이다. 근 1년 동안 노화의 역재생을 실험할 도시를 찾고 있었는데, 때마침 자신의 실험 욕구를 북돋울 최적의 도시인 리넌블이 나타난 것이다. 노화의 역재생을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수록 노화의 연구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다소 특이한 고집이 그녀에겐 있었다. 물론 이러한 고집으로 현재 DND와 NIA 핵심 부서 수장이니 좋게 바라볼 수 있겠다. 코임브라에 입성한 지 3일째 되던 날 밤 11시, 셰크린은 자신의 팀원들을 리넌블 외곽의 어느 산지에 있는 허름한 교회로 부른 후 중요한 공지를 하였다. 다른 구역으로 넘어가지 않고 현재 자신들이 있는 리넌블에서 노화 역재생 실험을 할 것이라는 고집을 선포했다. 팀원 일동은 당연히 당황했고, 그중 기존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표유한(피부 세포 관리팀의 유일한 한국인이다.)이 DND 수장과 이야기가 된 것인지 짜증을 표출했으나 이는 단숨에 저지되었다. 셰크린이 뒷주머니에서 ‘마스터 DND 플랜 카드’를 단숨에 꺼내 표유한의 목젖을 향해 내던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마스터 DND 플랜이더라도 진행할 실험 명칭을 미리 DND 네이밍 연구소에 보고해야 한다. 이는 DND 수장이 초기에 선포한 것으로, 마스터 DND 플랜의 모든 것을 자유롭게 허용하되 그 명칭은 미리 선보이게 만들도록 하였다. 이로써 사내 직원들은 예측 상상을 마음껏 행하여 평소 일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그가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 중 하나였다. 약 4시간 동안을 팀원들과 고민한 끝에 셰크린은 ‘Testo’라는 라틴어를 넣기로 결정했다. 리넌블 사람들의 해당 말에 자극을 받아 정한 것도 있었으나, 더욱 중요한 이유는 바로 실험 지원의 원활함이었다. Testo라는 단어가 적힌 실험 계획 보고서를 들고 다니며 리넌블 사람들의 관심과 집중을 계속 끌어들인다면 그들에게 큰 호감을 사게 되고, 이는 자연스레 노화의 역재생을 지겹도록 열망하는 그들을 실험체로도 쓸 수 있다고 셰크린은 빠르게 판단했다. 따라서 해당 실험은 ‘Testo(입증하다) + NIA(국립노화연구소)’를 활용해 ‘Testonia’로 명명되었다. 리넌블을 노화의 역재생을 탄생시킬 하나의 구역이자 도시로 사용할 피부 세포 관리팀의 대규모 실험이 탄생한 것이다.

첫 번째 실험체 등장

리넌블은 다른 구역보다 노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는 탓에 특정 성별과 직업이 없었다. 해당 지역의 10살이 우리의 50살과 똑같은 외형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성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생기기도 전에 늙어버리기 때문에 성별을 인식할 틈이 없는 것이다. 더불어 리넌블의 성인 남녀(약 4~5세)의 신체와 힘의 크기는 동일하여 어떠한 차별도 존재하지 않았고, 어떠한 신체도 직업을 가질 수 없었으므로 좋게 보면 평등의 끝을 보여주는 사회라고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리넌블의 노동 구조는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피부 세포 관리팀은 실험 선포 후 처음 3일 동안 실험체 인간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노화로 썩어빠진 인간들 틈 사이로 한 소녀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녀는 전혀 리넌블 사람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흔히 어느 나라에서나 보이는 10대 후반 여성이었다. 대신 상의에는 돌로 만들어진 두꺼운 옷을 입고 있었으며, 양손엔 깃 밧줄을 꽉 잡고 있었다. 그 밧줄은 그녀의 신체 1.5배 크기에 달하는 오랑우탄 3마리의 목과 손목을 휘감고 있었다. 마치 예수를 모시듯 경건한 눈빛을 한 채로 오랑우탄들 모두 소녀에게 완전 복종하고 있었다. 곧바로 셰크린은 DND 자료 추적팀에게 해당 사실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고, 이에 대한 답변은 그녀의 실험체 선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소녀는 리넌블의 바로 옆 구역인 세인트히크 사람이며, 리넌블에서 잠시 일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어떤 보수도 받지 않고 일을 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가출이었다. 세인트히크의 참혹한 법령 3조 1항을 보면 ‘부모를 떠난 청소년들은 세인트히크에서 취업이 제한된다.’라는 것이 나온다. 그래서 많은 가출 청소년들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 리넌블로 넘어가 잠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어떤 보수도 받지 않았지만 대신 리넌블의 모든 숙박업소와 식당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만 20세가 되면 일정 보수를 받을 수 있었고, 리넌블 구역 의회는 그들에게만 특별히 리넌블의 모든 장소에 대한 요금에 할인을 부여했다.

셰크린은 그 소녀를 일단 첫 번째 실험체로 결정했다. 노화에 집착하지 않음과 동시에 노화에 집착하는 사람들에 대해 가장 잘 보고 듣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노화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실험체로 쓰기 전에 그 소녀를 통해 우선 그들의 특징들을 이론적으로 정리한 후에 본격 실험을 강행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섭외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양손으로 오랑우탄들을 끌고 갈 때는 그 어떤 눈길도 우리에게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떠한 말도 반응도 하지 않고 그녀는 처연하게 오랑우탄을 끌고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며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피부 세포 관리팀 일동이 실험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외곽 산지를 둘러보고 있을 때 우연히 그 소녀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오랑우탄과 함께 있지 않은 채로 땅만 보며 산지를 오르고 있었다. 셰크린은 여느 때와 같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녀는 웃으며 대답하였다. 사정을 들어보니 오랑우탄들이 모두 거세를 당한 상황이라 조금이라도 자신의 신체가 감정적으로 동요하면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다소 황당한 말을 하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셰크린의 팔을 붙잡고 보여줄 것이 있다며 산지 위로 끌고 갔다. 피부 세포 관리팀 일동도 당황한 나머지 곧바로 그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10분 정도 힘겹게 뛰어가더니 그녀는 어느 거대한 성당으로 그들을 인도하였다. 그 성당 앞에는 커다란 석상이 나란히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고집스런 표정의 오랑우탄, 다른 하나는 사랑의 화살을 쏘는 큐피트였다. 이들은 곧바로 성당으로 들어갔는데, 그렇게 해맑게 웃던 소녀가 갑자기 광기를 일으키며 성당 정중앙에 있는 작은 도르레를 힘껏 돌렸다. 그러자 성당 천장에 매달려 있는 정체불명 거대 바구니가 내려왔고, 셰크린은 그 광경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약 페로몬 인형과 삼단합체가 된 르마르투 카얀의 시체가 그녀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었다. 이후 사람-인형-사람으로의 역재생 현장은 고스란히 피부 세포 관리팀의 향후 실험에 큰 가치를 부여했고, 리넌블의 미래 사회는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었다.

DND VIDEO : https://www.youtube.com/watch?v=XaOn0069H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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