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폭발 재생

검버섯취재 전략팀 수장 윤지상의 얼굴에 검버섯이 핀 건 약 2년 만이었다. 평소 모든 죄에 너그러운 성격을 가진 그였기에 이는 주위 사람들을 모두 미치게 만드는 노릇이었다. 그 어떤 욕설과 비난, 심지어 고된 육체적 노동과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의 입꼬리는 마치 본인이 말재주가 있다고 자신하는 코브라의 모습과 같았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의 인성을 높게 평가했으나, False Mask making팀은 그의 행동이 단지 신체의 무조건적 반사 행동이라고 비난하곤 했다. 신체가 만든 페르소나라며 확신 있게 내뱉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윤지상은 늘 한결같았다. 사내 모든 직원의 이름을 다 외우며 친절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다 2019년 4월 11일, 그토록 친절했던 윤지상의 얼굴에 약 2년 만에 검버섯이 마구 피어났다. 단순히 소량의 형태로 난 것이 아니라, 얼굴 전체를 뒤덮어 보기 역겨울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만약 이 경우가 처음이었다면 단순한 피부병으로 생각했겠지만, 2년 전 윤지상이 거짓 작가팀 수장이던 시절을 생각하면 이는 모두가 긴장해야만 하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무단 음성 복제 실험

2017년, 거짓 작가팀은 진실 소리 탐구를 이태원의 모든 교차로에서 진행한 적이 있었다. 거짓으로 각종 대본을 쓰는 거짓 작가팀이 왜 굳이 소리를 탐구하려 했을까? 그것은 바로 윤지상의 음운 반동적 강박때문이었다. 그는 글을 보면 무조건 소리를 내어 그 진실을 탐구하려는 특이한 성격이 있었다. 가장 진실 같은 거짓을 생성하기 위해선 눈으로 보고, 입에서 새어 나오고, 귀로 들어오는 모든 글이 진실과 가장 닮아 있어야 한다는 나름의 신념이 있었다. 2017년 당시, 이태원의 다인종 비율은 89%에 임박했으며, 이들이 서로 교류하며 새로운 언어인 ‘드란규트’를 만들었다는 소문이 도시 내에서 괴담으로 들리곤 했다. 특히 이 드란규트 언어는 서로 다른 인종 간의 미묘한 신경전으로 생겨났다는 소문이 있었다. 자신의 문화와 정체성 보존, 타인의 문화를 배척하고 말살하려는 못된 심보가 언어의 발전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이 언어엔 분명 진실과 거짓을 분간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진실로 포장할 수 있는 거짓이 존재함이 확실했다. 때문에 윤지상은 팀원 25명을 이끌고 이태원의 각 상가 건물 내부에 잠입하여 교차로에 설치한 무단 음성 복제기(DR-32)를 약 31일간 엿듣는 시도를 했다. 그리고 이를 자신의 팀원들과 약 3일간 분석한 끝에 가장 반복적으로 나타난 음성 3개를 추려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Scratch’ sound

‘꺄, 끄, 스크, 챠키’와 같이 무언가 사람의 신경과 신체를 긁는 음성이 해당 실험 기간 중 총 25,531회 반복되었다. 성대의 뒷 울림통과 식도의 중간 퇴혜부의 반동을 주로 이용한 소리가 대다수였고, 윤지상은 이를 반복적으로 들을 경우, 사람들이 가벼운 구토 증상을 유발한다는 결과를 도출해냈다. 참고로 이 소리를 듣고 자신의 신체를 반납하는 사람들은 모두 거짓 작가팀이었다. 당시 윤지상을 제외한 팀원 25명 중 5명이 인턴이었는데, 이들을 제외한 모든 팀원이 해당 인턴들을 실험체로 사용하자는 의견을 강력하게 이기적으로 뱉어 결국 윤지상은 다수결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scratch 음성 실험이 끝난 이후 인턴 5명 중 1명이 팀원들에게 ‘꺄스크키챠끄’라는 말을 내뱉고는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났다.

‘Gulp’ sound

다음으로 많이 관찰된 것은 ‘억, 롹, 무크, 레암’과 같이 혀의 중·하단부와 목젖의 선형골로 공기를 흡수하는 음성이었다. 이는 총 17,812회 반복되었다. 남은 인턴 4명은 이 음성을 처음 3분 동안 들었을 때는 전두엽에 약간의 고통을 호소하긴 했지만 구토를 호소하진 않았다. 하지만 5분이 지난 후에 인턴 모두 그 자리에서 헛기침을 하고 말았으며, 목을 중심으로 작은 수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당 수포 생성은 약 12분간 지속되었고 인턴 2명은 급기야 호흡곤란까지 겪게 되었다. 이후 인턴 2명은 실험 트라우마로 인해 곧장 사내 11층으로 달려가 소문 종식 사이버 연구팀에 이 실험의 시시비비를 고발했다.

‘Spit’ sound

총 12,998회 반복으로 전체 3위를 기록한 이것은 ‘타앗, 싸빠, 츳퓨트아’와 같은 음성이었다. 입천장의 가장 설익은 부분과 혀의 말단 신경이 충동적 상호작용을 통해 만든 괴팍한 소리였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위의 형태 단어들이 모두 옛 고대 리히텐슈타인들의 소리 반동과 92%나 일치했다는 것이다. 이를 기이하게 여긴 윤지상은 해당 자료를 DND 자료 추적팀에게 의뢰했고, 그들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즉, 옛 리히텐슈타인의 원주민 70% 이상을 말살했던 투칸 전쟁(1812.11.21) 당시, 원주민 대량 학살의 중심에 ‘드란규트’라는 인물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 인물은 리히텐슈타인의 독립 후 사형을 선고받아 온몸이 하이에나들과 침팬지들에게 뜯기는 끔찍한 벌을 받고 죽었다고 한다. 그러곤 정부가 바로 그의 신체를 뼈까지 모조리 불태워 없애려고 했으나 리히텐슈타인의 다인종 박사 ‘렌티고’가 드란규트의 죄는 잘못되었으나 그 용맹함은 놀랍다며 그의 신체를 자신의 실험 해부체로 사용하고 싶다며 정부에 강력히 어필했다. 당시 렌티고의 실험들은 모두 리히텐슈타인의 사회 발전에 큰 공헌을 했었기에 이는 정부로부터 곧 승인을 받았다.

이후 렌티고 박사는 드란규트의 신체 중 혀를 탐구하는 와중에, 남들보다 약 4.3배 정도 드란규트의 혀 말단 신경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렌티고는 이를 이상하게 여겨 드란규트의 생전 역사 기록들을 약 7일간 살펴본 후 놀라운 주장을 학계에 보고했다. 그 기록들엔 생전에 드란규트가 버섯 알레르기가 있었으며, 버섯의 향이 코에 들어오면 특이하게 온 얼굴에 검버섯이 두드러기처럼 번졌고, 드란규트의 평소 말투가 굉장히 건방지고 날카로웠다는 사실들이 있었다. 이를 토대로 렌티고는 드란규트가 해당 알레르기로 인해 검버섯이 입술과 이빨 사이에도 피어난 것을 해부를 통해 알아냈고, 드란규트가 이 불쾌함을 없애기 위해 습관적으로 혀를 튕기고 침을 뱉는 말투가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같은 말투는 곧 드란규트의 성향을 거칠게 바꾸는 계기가 되었고, 원주민 말살이라는 끔찍한 행동을 불러일으켰다며 ‘버섯 음성과 인격의 개조’라는 다소 혁신적인 보고서로 당시 인기를 크게 누렸다.

윤지상은 리히텐슈타인에 대한 정보를 통해 드란규트 언어가 사실상 spit sound였음을 알아냈다. 하지만 실험을 통해 이를 두 눈과 귀로 검증하지 않고 단지 역사적 내용만을 믿고 실험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무척이나 멍청하다고 생각한 그는 실험을 결국 강행했다. 남은 인턴 2명에게 약 2분간 밀실에서 spit sound를 들려주었고(인격 개조로 인한 난폭 행동 사전 방지), 그 결과 인턴 모두 온 얼굴에 검버섯들이 피는 광경이 윤지상의 두 눈에 목격되었다. 그리고 밀실 바깥문 틈으로 버섯 향기들이 새어 나오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그렇게 5분간 고통을 호소하던 인턴 2명은 기절을 하였고, 건강 약화로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이 실험에서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은 역사적 내용의 인과관계와 전혀 반대되는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버섯 향기로 생긴 검버섯을 통해 spit sound가 도출됨과 동시에, spit sound로 생긴 검버섯이 버섯 향기를 만들어내는 상호적 인과관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검버섯의 1차 출현

아무리 DND가 자유롭고 도전적인 회사라 할지라도 한 프로젝트 내에서 5명의 팀원이(비록 인턴이지만) 건강 문제를 겪음과 동시에 퇴사를 했다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에 대해 소문 종식 사이버 연구팀은 수장과 임원진들과의 회의를 통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사내 대형 스피커로 밝혔다. ‘인턴들의 동의가 있었다 할지라도 안전을 고려하여 더욱 신중한 판단을 했어야 했다. 해당 부서의 팀장인 윤지상의 책임이 매우 크다. 원칙상으론 퇴출을 명해야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의 놀라운 성과를 고려해 다른 팀으로 좌천시키기로 결정했다.’ 해당 선포로 인하여 사내 모든 직원이 그의 이름과 잘못을 알게 되었고, 입사 후 처음으로 윤지상은 얼굴이 붉게 물든 채로 취재 전략팀으로 본인의 짊을 옮기는 과정에서 계속 욕을 내뱉었다고 한다. 당시 거짓 작가팀과 취재 전략팀 두 부서 모두 지상 1층에 있어 두 부서의 거리가 불과 30m였다. 때문에 윤지상의 욕설을 들었던 사람들은 오로지 지상 1층의 몇몇 직원들 뿐이었다. 해당 광경을 목격한 직원들 말에 의하면, 윤지상은 붉게 상기된 얼굴에 방사형 기둥 형태의 수많은 검버섯을 장착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그의 침이 온 복도에 튈 정도로 욕설을 퍼부었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대리인 영입

거짓 작가팀 수장에서 단숨에 취재 전략팀 평사원으로 좌천된 것은 그에게 있어 매우 충격적인 현실이었다. 이후 1년 동안은 그저 평소의 친절한 미소와 함께 조용히 지냈다. 자신의 의견을 강력히 팀에 표출하지도 않았으며, 타인의 모든 의견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일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 당시 취재 전략팀 수장이었던 ‘경아현’과 그녀의 몇몇 팀원들이 남몰래 회사 공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다. 당시 공금 횡령은 처음 발생한 사건이었고 DND 수장은 곧바로 해당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임원진 회의 없이 곧바로 경아현을 포함한 4명의 직원을 퇴출시켰다. 이후 취재 전략팀에는 윤지상을 포함하여 3명만이 남게 되었다. 그중 가장 경력이 많고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당연히 윤지상이었고, DND 수장은 곧바로 해당 팀의 수장을 윤지상으로 정했다. 하지만 문제는 취재 전략팀의 인원이 고작 3명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DND 신입사원 채용 시기도 아니었기에 곧바로 인원을 보충할 수 없어, 우선 DND 인사팀은 힘들더라도 6개월만 버티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바로 이때 윤지상의 2차 욕설이 시작되었다. 인사팀 사무실에서 침을 마구 튀기며 이 무리한 부탁에 거칠게 항의한 것이다. 그의 얼굴은 붉게 물든 채 검버섯이 열을 받은 마시멜로 마냥 크게 부풀어 올랐다. 인사팀의 모든 직원은 약 1시간 동안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그의 팀에게 하나의 특권을 주자고 결정을 내렸다. 상황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거짓 작가팀의 직원 3명과, 올해 초에 뽑힌 신입 인턴 332명 중 1명을 보조 인력으로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해당 특권을 얻어낸 윤지상은 곧바로 얼굴에 미소가 가득해졌고 이내 자신의 팀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러곤 방금 건네받은 신입 인턴 자료를 보다가 한 사람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엔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가 적혀있었다.

DND VIDEO : https://www.youtube.com/watch?v=V_9vWJmUi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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