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 나체 X

쓰러져있는 나체를 꾸준히 뒤집으며 구타 원인을 찾으려던 ‘스나부라 미토’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그 근심엔 어떠한 긴장과 책임도 없었다. 단지 그녀의 임무는 능수로 32구역에 사는 모든 특이 인간의 네이밍을 3일 이내로 붙이는 것이었다. DND 프로젝트를 제외한 네이밍은 단순히 망상을 외부에 쏘아대는 놀이었기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토록 그녀를 근심하게 만든 것일까? 그것은 바로 성인 남성 주먹 크기의 자국 수백 개가 쓰러져있는 나체에 범벅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자국들은 정확히 0.5cm 깊이로 나체의 살을 짓누른 상태였다. 미토는 나체 네이밍을 1분 이내로 끝내야 했다. 점심 식사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그녀의 성격이 약간의 조급함을 만든 것이다. 약 30초가 지났을 무렵, 핸드폰이 울렸다. DND 인사팀에서 미토가 기존에 네이밍한 ‘2023 대뇌 유망 활용 신입사원 채용 공고’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는 전화였다. 그녀의 이마에 그제야 식은땀이 두 방울 정도 흘렀다. 그녀는 잠시 나체를 버려두고 낯선 공터로 가서 전화를 이어 갔다. 약 20분이 흐른 뒤, 나체가 있던 장소로 되돌아온 미토. 순간 기괴한 장면을 목격하여 놀란다. 나체에 있던 수백 개의 주먹 자국 정중앙에 X자 형태의 칼집들이 무수히 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간격이 주는 지루함을 극찬하는 폐가 리모델링 건축 설계사의 희미한 눈썹에 붉은 타투를 새기고픈 21마리 백호들의 집사인 미망인과 결혼한 도자기 장인의 주름진 손과 같았다.

비소음을 향한 선의

족제비 배변 원두로 만든 베트남산 커피를 느긋하게 마시는 구완옘. 시끄러운 능수경찰서 경찰들 및 미토와 달리, 그는 가만히 어느 길쭉한 바나나 형태의 의자에 앉아 커피를 음미하며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의 주먹이 아닙니다! 더불어 저의 칼집이 아닙니다! 그저 네이밍을 하려던 찰나에 이런 황당한 자태가 일어난 것입니다!” 미토의 목소리가 경찰서 내부 공기를 까다롭게 만들었다. 특히 소심한 성격이지만 경찰이 된 후 이상한 집념이 생겨 어엿한 척을 하는 윤장하 순경이 미토를 심하게 압박했다. “주먹과 칼집을 논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태도가 문제입니다. 슬픔과 당혹감이 전혀 없는 자신의 눈빛을 탓하십시오. 저 경찰 2년 차입니다. 적당한 속임은 다 압니다. 제발 좀 어엿하게 자라주세요.” 미토의 태도가 윤장하 순경이 말한 대로 기계적인 느낌이 강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수년간 네이밍을 던지고 뱉는 행위만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인간적인 면모가 닳아 없어진 것이었다. 한동안 이러한 대화들로 경찰서 내부 습도가 점점 불안정해졌고, 마침내 미토의 눈빛엔 그 어떤 열정이나 생기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곤 윤장하 순경의 구박을 뒤로 하고 구완옘 앞으로 다가가, 자신의 미간을 약 2초간 찌푸린 후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시선은 구완옘도, 의자도, 커피도 아닌 처연한 어떤 공간을 향해 있었다. 이를 지켜본 구완옘은 마시고 있던 커피를 그녀의 무릎 위에 놓곤 크게 한숨 쉬며 벌떡 일어났다. 그의 눈빛은 정확히 윤장하 순경의 두 동공을 찌르고 있었다. 그러곤 성대에 적당한 무리가 갈 정도의 탁한 발성으로 다음과 같이 선포했다. “슬픔과 당혹감을 논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당신의 태도가 문제입니다. 주먹과 칼집이 전혀 없는 자신의 뱉음을 탓하십시오. 저 DND 부서 수장입니다. 부족한 숙임은 다 악입니다. 제발 더 호연하게 만담하세요.” DND의 공식적인 업무가 아니면 절대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그였지만, 능수로 32구역 인간 태동 관찰 여행에 흔쾌히 따라와 준 미토를 위해, 잠깐의 선의를 베풀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능수경찰서 내부는 마치 무공훈장을 받은 특수부대 간부들만 참석한 6.25 전쟁 호국 영령들을 위한 묵념 시간의 비소음과 같았다.

CHEETAH PHOBIA

그의 선의가 깃든 선포는 능수경찰서 내부 경찰들의 정의와 책임감을 모두 사라지게 만들었다. 약 20년간 자신의 이성과 비이성, 욕구와 진실, 압박과 생멸의 두려움을 향해 부딪히며 살아온 엄청난 내공이 그의 말과 행동에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최소 80% 이상의 확률로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는 구완옘의 엄청난 능력이었다. 그는 능수경찰서 내부를 천천히 돌며 반복적으로 둔탁하고 초연한 선포를 뱉었다. 그러다 입을 크게 벌리고 혀를 직선으로 내밀며 낮잠을 자고 있는 어느 남성 앞에 다가섰다. 해당 남성은 잠을 자고 있어 눈이 감겨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전혀 보지 못했던 날카로운 눈매의 소유자인 것을 구완옘은 인식했다. 그의 눈매는 마치 임신한 토끼를 사냥하려는 암컷 치타의, 죄를 갈망하는 눈매와 같았다. 약 1분 동안 그의 눈매를 관찰하던 구완옘. 약 1년 전에 홀연히 사라진 DND 취재 기자와의 마지막 통화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구완옘씨!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죄인 되기를 갈망하는 인간을 찾았어요. 치타처럼 그의 눈매는 사냥감을 늘 찾고 있습니다!” 순간 눈을 슬며시 뜨며 잠에서 깨어나는 해당 남성. 정확히 구완옘의 뚜렷한 홍채를 하찮게 바라보며 한마디를 선포했다. “씨발, 뭡니까?” 구완옘은 그의 선포에 무언의 긴장감을 느꼈다. “그의 이름은 종식입니다! 그 성이…” 구완옘은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고 천천히 해당 남성의 오른쪽 가슴팍을 보았다. ‘면종식’이라는 글자가 거친 궁서체로 쓰여져 있었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구완옘. “면입니다! 면!” 취재 기자의 신난 목소리가 그의 뇌를 춤추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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