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ping back 102

‘시작!’과 함께 102명의 기본 인력 사무실 직원들이 일제히 암흑 동굴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뱀 10마리를 포획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다. 손목시계를 뻔한 눈빛으로 보고 있는 표유한. 그는 흑막에 사로잡힌 뱀의 암흑 세포를 채취 후, 이를 불에 타 죽은 중년 남성의 세포와 결합하여 하루빨리 블랙 이벤트팀으로 가져다줘야 했다. 이는 2달 후 뉴욕 위크먼(Weekmun)에서 열릴 ‘2024 Black match : smoking area’에 사용될 중요한 것이었다. 참고로 해당 이벤트는 담배 연기가 자욱한 300평의 검은 육각형 공간 안에서 시력을 잃은 검은 포유류들과 후각을 읽은 중년 남성들의 무작정 들숨 경기와 연관이 있었다. 더 구체적인 사항은 DND 블랙 이벤트팀 공식 홈페이지(www.bla-ckev_ent.com)에 게시되어 있으니 각자 찾아보길 권한다. 그런데 순간 호기롭게 동굴에 들어갔던 기본 인력 사무실 직원들 102명 모두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동굴 밖으로 나왔다. 표유한은 손목시계를 언짢게 쳐다보며 작게 ‘10분?’이라는 소리를 뱉었다. 그렇다. 그들은 10분 만에 암흑 동굴 속 어두운 뱀 포획을 포기한 것이었다. 뭔가 예상이라도 했듯이 깊게 한숨을 쉬는 표유한. 잠시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수면 공포 위기 탈출

약 2분 동안 힘차게 뛰어가다 암흑 동굴 속 수면 종유석들 앞에서 멈춰선 기본 인력들. 해당 종유석에선 일반 수면제의 20배에 달하는 성분을 가진 액체들이 1초 간격으로 10방울 씩 떨어지고 있었다. 약 400개의 종유석 앞에서 소박한 두려움을 느끼는 기본 인력들. 안락한 망설임을 오묘하게 즐기고 있는 그들의 표정은 본인의 임무를 반복적으로 저평가하는 겸손한 예술가의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맨 앞에 있던 기본 인력 1번은 ‘시작…!’이라는 시무룩한 호통만 반복적으로 외칠 뿐 그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뒤에 있던 기본 인력 2번은 1번의 등을 살포시 밀치기만 할 뿐 그의 손엔 그 어떠한 힘도 표출하고 있지 않았다. 이는 마치 여성을 위한 배려와 다정함을 장착한 교회 건축 설계사이며 동시에 승려인 스승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메마른 포도 잎사귀 농장 주인의 다소 거친 촉감을 무시하는 무정자증 남성의 실소와 같았다. 그렇게 선두였던 기본 인력 1, 2번의 행동이 약 6분 동안 소극적인 형태로 지속되었고, 이후 맨 뒤에 있던 기본 인력 102번을 시작으로 차례로 다시 동굴 밖으로 모두 뛰쳐나온 것이었다.

Impulse 가동

번개가 바로 앞에서 내려치듯 상상 세척기의 굉음이 거세게 울려 퍼진다. 40개의 여러 버튼 중 하나에 불빛이 들어와 있다. 그것엔 작은 글씨로 ‘Impulse’라고 쓰여있다. 특수 삼중 귀마개와 철면 고글을 한 채 상상 세척기 앞을 버티고 서 있는 스커이튜. 거센 바람이 그의 곱슬머리 사이사이를 과도하게 통과한다. 온 얼굴의 표면이 유연하다 못해 일그러진다. 순간 전화가 울린다. 진동으로 해 놓은 탓에 손쉽게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상상 세척기를 정면에 두고 전화를 받는 스커이튜. “예! 표유한 확인! 상상 세척기 돌입! 앞으로 3분 소요! Impulse를 가동!” 해당 언어를 빠르게 뱉은 후 전화를 툭! 끊는다. 그러곤 상상 세척기 앞으로 돌진해 기계 안의 상황을 지켜본다. 수많은 형형색색의 세포들이 빛의 속도로 서로 부딪히며 강렬한 스파크를 일으키고 있다. 스파크들의 형태는 하나의 인간을 형상화하듯 기이한 형태를 외치고 있었다.

기본 인력 0

양심을 벌거벗은 기본 인력들의 외침이 짜증스럽게 들려온다. 기본 인력 1, 2번을 둘러싸고 그 이외의 기본 인력들이 마구 핍박을 준다. 특히 ‘선두는 곧 리더와 같다.’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내뱉는다. 하지만 합리적 쏘아댐은 그 말을 제외하곤 그 어떠한 것도 없었다. 전화를 끊고 멍하니 이 광경을 지켜보는 표유한. 기본 인력들의 기본 인성과 더불어, 기본 인정과 진정이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순간 저 멀리서 선글라스를 끼고 엄청난 속도로 뛰어오는 한 남성이 보인다. 그의 복부에 또렷하게 적힌 글자가 기존 기본 인력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기본 인력 0번’. 이 유의미한 단어 조합은 표유한의 눈빛에도 생기를 돌게 했다. 이후 해당 남성은 둘러싸인 기본 인력 1, 2번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고선, 그들의 어깨에 각 발을 올려 허공에다 발을 쏘아댄다. 매력적인 웃음과 함께 ‘시작!’이라는 두 글자를 외치는 남성. 그러곤 탁! 지면에 착지한다. 그는 이내 숨을 거칠게 뱉으며 동굴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그에 대한 신뢰는 없었지만 이를 기회라고 믿고 싶은 기존 기본 인력들은 1번을 시작으로 차례로 그의 뒤를 따라 동굴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충동 근육 탄생

빠바방!! 상상 세척기의 세척 종료 알람이 울린다. 스커이튜는 약 3m의 대형 접이식 낫을 가지고 세척기 문을 연다. 그러자 근육질 몸매를 소유한 중년 남성의 모습이 점차 드러난다. 해당 남성의 얼굴엔 그 어떠한 생기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무언가를 항상 충동적으로 행하고자 하는 욕구만이 돋보일 뿐이다. 스커이튜는 해당 남성에게 암흑 동굴 정보가 담긴 서류를 건넨다. 순간 남성의 전완근에 수십 개의 핏줄이 살가죽을 뚫을 듯 일어난다. 만족스러운 결과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스커이튜. 얼른 표유한에게 전화를 건다. “표유한씨! 충동 남성이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기본 인력 102명을 모두 철수시켜도 될 거 같습니다!”

형광 인간의 질주

103명의 기본 인력들이 들어간 암흑 동굴을 흡족하게 바라보고 있는 표유한. 순간 전화가 울린다. 스커이튜의 들뜬 목소리가 그의 달팽이관을 자극한다. “방금 도착한 기본 인력 0번이 충동 남성이 아니었어?” “기본 인력 0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표유한씨!” 전화를 툭! 끊는 표유한. 곧바로 철면 실험복으로 몸을 무장한 채 전속력으로 암흑 동굴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암흑 동굴 진입 약 1분 후쯤 곳곳에 기본 인력들이 쓰러져 있다. 그들의 신체는 암흑 동굴에 서식하는 늙은 들개들에게 뜯기고 있었다. 재빨리 스파이시 식초 방사기를 뿌려 해당 들개들 모두를 혼란에 빠뜨리는 표유한. 그것들은 헛기침을 무수히 내뱉으며 질식한다. 이후 그는 더욱 깊숙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 수면 종유석들 사이사이에 잠들어 있는 기본 인력들을 발견한다. 어느 구석에서 한쪽 눈을 겨우 뜨며 버티고 있는 기본 인력 2번. 표유한은 뒷주머니에서 냉각 유연수를 꺼내 그의 얼굴에 뿌린다. 가까스로 더욱 짙은 암흑 속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기본 인력 2번. 표유한은 해당 암흑의 짙음을 보며 어엿한 공포를 강력하게 느낀다. 뒷주머니 안에서 또 무언가를 꺼내는 표유한. 15cm 크기의 형광 주사기다. 이를 자신의 두개골에 푹! 주입한다. 순간 온몸이 형광으로 물든다. 짙은 암흑을 향해 달리는 표유한.

기본 인력의 기본

한참 짙은 암흑을 뚫고 달리던 표유한은 무언가 붉게 빛나는 것들을 감지한다. 가까이 가니 가시투성이 장미들이 암흑 속에서 붉게 빛나고 있다. 해당 장미들을 유유히 관찰하며 암흑 속으로 계속 걸어가는 표유한. 순간 억울하면서도 화가 섞여 있는 어떠한 비명이 동굴 속을 가득 채운다. 비명의 근원지를 향해 달려가니 기본 인력 1번이 가시 장미들 사이에서 포박당한 채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의 눈, 코, 입, 귀엔 모두 붉은 장미들이 가득 박혀있다. 살가죽을 수년째 따뜻하게 익힌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까아악-! 까아악-! 순간 정체불명의 까마귀 떼가 나타난다. 수백 마리의 까마귀가 표유한의 존재를 인식이라도 한 듯 내공 있는 목청을 마음껏 뽐낸다. 그리고 해당 까마귀들 사이에서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기본 인력 0번! 그는 설움이 폭발하는 목소리로 “인력을 강요하지마! 기본에도 제대로 된 리더가 필요하단 말야!”라고 쏘아대곤 손에 들고 있던 어두운 뱀 10마리 시체를 바닥에 던진다. 순간 표유한의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뒤를 돌아보니 102명의 기본 인력들이 무서운 눈빛으로 표유한을 쏘아보고 있다. 잠시 후 선글라스를 표유한의 얼굴에 툭 던지는 기본 인력 0번. 표유한은 그의 얼굴을 보고 잠시 망상에 빠진다. 희미한 장면이 머릿속에 펼쳐진다.

#DND 사내 로비 (2022.02.22)

이두온 : 인력을 그저 기본으로만 생각하지 마세요! 여기에도 수장은 필요합니다!
삼춘우 : (이어폰으로 무언가 잠시 듣고선) 기본 인력 103번 즉시 해고!

때마침 로비 중앙 휴게실에서 나오는 표유한. 이두온과 눈을 슬쩍 마주치곤 이내 그를 무시한다. 순간 이두온은 들고 있던 대형 바구니에서 까마귀 10마리를 DND 사내에 휙! 풀어놓곤 자리를 떠난다. 사내 전체엔 까마귀들의 유식한 울음소리가 진동한다.

DND VIDEO : https://www.youtube.com/watch?v=PGcbeICxkcU
DND 속보 : https://dndnews.co.kr/do-on-%ea%b0%95%ec%9a%94-%eb%b6%80%ec%88%98%ea%b8%b0-%eb%8f%8c%ec%9e%85/
DND 충동 관련 정보 : https://dndnews.co.kr/%ec%b6%a9%eb%8f%99%ec%a1%b0%ec%a0%88%ec%9e%a5%ec%95%a0-%ed%8a%b9%ec%84%b1-%eb%b0%8f-%ec%b9%98%eb%a3%8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