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림 방치 : 사랑

빨간 표지가 눈에 띄는 어느 공책을 꼼꼼히 읽는 주나희. ‘고뇌 수축 껌, 자책 해방 샐러드, 출산 포테이토’와 같은 수십 가지 메뉴들을 확인한다. 일정한 간격의 걸음으로 지상 2층 Food store 문 앞에 선 나희. 전용 열쇠를 가방에서 꺼내 문을 열려고 하는 그 순간, 이미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한다. 놀란 표정으로 가게 안을 들어가는 나희. 다행히 가게 내부는 어제 퇴근할 때와 변한 것이 없었다. 나희는 곰곰이 어제 퇴근할 때의 자신을 떠올려본다. 어제 오후 9시, 친구와 전화하며 가게를 빠져나오는 주나희. 문 앞엔 DND 기본 인력 19번이 무표정의 상태로 서 있다. 나희는 흘긋 그를 보곤 이내 자리를 뜬다. 가게 문은 열린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기본 인력 19번은 복도를 걸어가는 나희를 보고 얼굴이 발그레해진다.

박탈 반복 소통

“변명을 선포하지마! 너의 임무는 변명 발설이 아니란 말야!” 이두온의 저열한 호통이 기본 인력 사무실을 가득 채운다. 두온의 앞엔 기본 인력 19번의 사죄 몸짓이 발버둥치고 있다. 그의 투명하게 빛나는 동공, 오똑한 코, 갸름한 턱, 하얗고 날씬한 몸이 펄럭거린다. 그리고 동시에 DND 임원 몇몇과 수장이 그 광경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있다. 이후 두온의 호통이 단순한 구절로 계속해서 반복되자 수장은 반듯한 헛기침을 활짝 뱉는다. 당황하며 수장을 바라보는 두온. “19번은 경호 임무 박탈, 기본 인력직 박탈, DND 출입 박탈!” 기본 인력 19번의 동공을 바라보며 해당 선포를 정확히 19번 행하는 수장. 이는 마치 보아뱀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돗개의 조촐한 식탐을 가볍게 생각하는 새벽 러닝 중독자의 맛있는 게으름을 지적하는 어느 불치병 환자의 꾸준한 치료와 같았다. 수장의 선포가 끝나자 정갈한 소리로 환호하는 이두온. 임원들과 수장은 조용히 해당 사무실을 나간다. 두온은 19번의 어깨를 확! 붙잡으며 소리친다. “왜 주나희에게 지적질을 하지 않은 것이야?” 두온의 굴곡진 미간을 바라보는 기본 인력 19번. 그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수화를 한다. ‘당시 그녀의 얼굴엔 피곤함이 가득했습니다.’ 순간 기본 인력 19번의 뺨을 찰싹 때리는 이두온. “감정적인 새끼!”

하마쓰 벤치마킹

DND 수장 사무실 안, 대형 원형 테이블에 DND 수장과 소문 종식 사이버 연구팀 수장 ‘금민탁’이 함께 앉아 있다. “19번 나태 근무 사건이 직원 박탈로 이어지는 것이 다소 무리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 어느 때보다 나긋한 목소리를 뽐내는 DND 수장. 그러나 이를 듣고 확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민탁은 자신의 특기인 예시 활용 스킬을 행한다. “2014년 일본 요코하마 야마시타 공원 근처에 ‘하마쓰’ 부동산이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곳을 운영하는 ‘시카모 유타’는 집 팔기의 달인이었습니다. 요코하마는 도쿄보다 집값이 훨씬 저렴하긴 했지만, 치바나 사이타마에 비해선 여전히 값이 비쌌습니다. 그래서 도쿄에서 이곳으로 이사 올 예정인 사람들도 당시 고민을 많이 하며 집을 구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하마쓰 부동산은 요코하마에 있는 부동산들의 평균 거래 성사율의 약 10배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유타는 자신이 이러한 성공을 얻게 된 비결로 ‘다름의 미학’이라는 키워드를 꺼냈습니다. 사실 하마쓰 부동산은 그의 아버지가 과거부터 운영해 온 곳이었습니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유타는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아버지가 매우 평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표준어와 정확히 일치하는 그의 발음, 전형적인 일본인 말투와 얼굴 등이 부동산 거래율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유타는 깨달은 것입니다. 즉 새로운 집으로 이사 예정인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낯설고 새로운 자극과 호기심인데, 정작 이사의 첫 단계에서 마주하는 부동산 주인이 매우 평범하여 자신과 다를 바가 없다는 느낌을 받을 경우, 이사와 집에 대한 그들의 욕구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유타는 아버지의 부동산을 물려받은 후에 전형적인 일본인 말투, 얼굴과 사뭇 다르면서 신선함을 줄 수 있는 부동산 도우미를 채용했습니다. 해당 도우미의 역할은 크게 없었습니다. 단순히 부동산 손님 주위에 자연스럽게 존재해주며 그들의 말에 맞장구만 가끔 쳐주고 집을 보러 갈 땐 뒤에서 은근히 따라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하마쓰 부동산은 요코하마 아니, 일본 전체 부동산 업계 1등을 손쉽게 차지했습니다.” DND 수장은 해당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스스로 호소하듯 중얼거렸다. “그럼 19번의 가장 큰 오점은…” 달갑게 웃으며 선포하는 민탁. “네. 주나희를 너무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DND 수장. 곧바로 자신의 책상 위에 있는 대형 마이크 전원을 켜 지상 14층 인사팀에게 선포한다. “회의 소집!”

반대 인간 출현

‘절망 사탕 박스’를 힘겹게 옮기고 있는 주나희. 순간 가녀린 그녀의 손목 사이로 굵고 검은 어느 남성의 손목이 나타나 해당 박스가 받는 중력을 가볍게 무시한다. 고맙다고 인사하는 나희.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고개만 끄덕거릴 뿐 별다른 반응이 없다. ‘침착 근육 닭가슴살’을 진열하기 위해 사다리를 올라가려는 나희. 순간 ‘NO!’라고 외치며 힘차게 사다리를 오르는 남성. 힘차게 그를 응원하는 나희. 하지만 남성은 그것을 진열하고 사다리를 내려와 그녀에게 무심히 고개만 끄덕거린다. 오후 9시 퇴근 시간, 친구와 전화하며 가게 밖 문 앞에 있는 주나희. 자연스럽게 열쇠 구멍을 가리키는 Duke. 건조한 동공, 뭉툭한 코, 두툼한 턱, 검고 두꺼운 몸이 어색한 조화를 이룬다. 감사 인사를 전하며 근황을 묻는 나희. 하지만 Duke는 가게가 잠김과 동시에 그녀를 향해 고개만 끄덕거린 후 바로 퇴근한다. 다음날 오전 DND 수장 사무실 안, DND 수장과 인사팀 수장 ‘안이중’이 함께 원형 테이블에 앉아 있다. 수장이 기쁜 목소리로 묻는다. “나머지 DND Guard 19명은 다 선발했습니까? 일단 이 정도만 뽑고 점차 늘려갑시다.” 웃으며 반응하는 이중. “네. 그나저나 Food store 매출액과 안전도가 급격히 올랐습니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이에 반응하는 DND 수장. “당연한 결과입니다. 나머지 19명도 각 부서에 배치하세요. 각 부서의 정반대 성질을 가진 요원들로 말입니다.”

DND VIDEO : https://www.youtube.com/channel/UCUCGcag0CwDoFKbPluG8FyQ
DND 속보 : https://dndnews.co.kr/%ea%b7%bc%ec%9c%a1-%ec%b2%ad%eb%85%84%ec%9d%98-%eb%91%94%ed%83%81%ed%95%9c-%ed%94%84%eb%a1%9c%ed%95%84-%eb%8c%80%eb%b0%a9%ec%b6%9c/
DND 운동 관련 정보 : https://dndnews.co.kr/%ec%9a%b4%eb%8f%99%ec%9d%98-%ed%95%ad%ec%95%94%ed%9a%a8%ea%b3%bc-7%ea%b0%80%ec%a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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