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맥주 타임

지상 16층 막담 포차 안, 밤 12시 알림음이 포차 안을 신경질적으로 돌아다닌다. 주방에 있던 규배호는 슬금슬금 홀로 나온다. 콧노래를 부르며 포차 안을 살펴보는 규배호. 그러다 순간 지독하게 신뢰를 잃은 시뻘건 눈빛과 자신의 옳고 그름을 도무지 판단할 수 없는 이마 주름을 입은 ‘무츠완 핌’을 어느 테이블에서 발견하였다. “핌씨! 걷잡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으신가요? 안색이 좋지 않아 보입니다. 이곳은 곧 폐쇄입니다.” 청초한 한숨을 내뱉는 무츠완 핌.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규배호에게 소리친다. “작명 센스가 사적으로 작동이 되는 순간, 나의 모든 재능은 필멸 그 이상이야. 릴세이 맥주 한 잔 주겠니?” 참고로 릴세이 맥주란 DND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떫고 짜지만 달콤함이 가까스로 들어있는 수제 맥주이다. 탁! 곧바로 릴세이 맥주를 테이블에 대령하는 규배호. “무엇이 문제입니까? 차근차근 얘기해보세요.” 벌컥벌컥! 맥주를 쭉 들이키는 무츠완 핌. “돼지가 문제였어. 그 돼지만 없었어도!”

익살 해피그

검은 연기를 마시고 있는 노숙자들이 소리친다. “쓸데없는 연기보단 암흑이 가장 두터운 법이야! 캬하하!!” 이들을 슬쩍 째려보곤 혼잣말로 ‘블랙 훅잡이들’이라며 네이밍을 한다. 그러곤 제 갈 길을 가는 무츠완 핌. 시계를 보니 저녁 7시가 다 되었다. 양손엔 금쪽 해피 딸기와 달콤 치즈 초콜릿이 가득 담긴 봉투가 있다. 어느새 집 앞에 다다랐다. 문을 열려고 하는 그 순간, 똘망한 눈을 소유한 돼지 한 마리가 마치 군대 보초를 서고 있듯이 문 옆에서 올곧게 앉아 있다. 이는 마치 인력을 마구 생산하는 파괴승의 비좁은 단칸방을 냉큼 사려는 시민 단체 회장의 지나친 금욕을 일찌감치 폭로하려는 알람 시계 애호가의 콧바람과 같았다. 무츠완 핌은 당장이라도 그 돼지를 네이밍하고 싶어 침을 질질 흘린다. 순간 문이 덜컥! 열린다. “여보, 뭐하는 거야? 안 들어와?” “아니, 여기에 비만 동물이 앉아 있어.” 밖으로 나와 잠시 둘러보는 그의 아내. “뭐야. 아무것도 없는데? 적당히 하고 들어와. 말할 게 있어.” 그 돼지는 무츠완 핌의 동공을 익살스럽게 응시하며 미소를 짓더니, 봉투 속 해피 딸기를 몇 개 훔쳐 달아났다. 속으로 중얼거리는 무츠완 핌. “익살 해피그.”

추억 목욕 절단

해피 딸기를 우걱우걱 씹어먹는 핌의 아내. 이미 달콤 치즈 초콜릿은 모두 소진된 상태이다. “해피하게 먹어야 해피 딸기지. 여보도 좀 먹어. 보고만 있지 말고.” 애써 쓴웃음만 짓는 무츠완 핌. 머릿속엔 아까 본 돼지가 스쳐간다. ‘익살 해피그? 해피 익살꾼? 꾼이 붙으면 뭔가 인간 같잖아. 하, AI적인 발상만 떠오른다. 많이 죽었네, 나.’ “여보! 여보!” 놀라 아내의 동공을 힘없이 응시하는 무츠완 핌. “왜?” “왜 반응이 없어? 나 임신했다고!” 순간 시뻘건 동공으로 변한 핌은 붉은 눈물을 쏟아낸다. 약 2년 만에 성공한 아이 가지기였다. “작명 예쁘게 해 줄 거지? DND의 자존심이잖아, 오빠가.” 감동의 피눈물을 닦으며 소리치는 무츠완 핌. “당연하지! 내가 말끔히 지을 거야! 가장 올곧고 올바르고 가슴을 울리는 그런 이름을 호적에 올릴 거야!” 약간의 감동을 받은 아내는 다시 해피 딸기를 마구 섭취한다. 욕조 안 뜨거운 물로 푸욱- 들어가는 무츠완 핌. 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이 가지기의 장본인이 되었다는 쾌감이 마치 DND 입사 때의 추억을 상기시킨다. 5년 전, “DND 수장으로서 선포합니다. 무츠완 핌씨는 오늘부터 네이밍 연구소에 특별 배치될 것입니다. 네이밍 입사 테스트에서 당당히 공동 수석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씩 웃는 무츠완 핌. 그 옆엔 차가운 미소를 억지로 짓는 스나부라 미토가 보인다. 순간 이 둘은 동시에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네이밍 공수!” 뜨거운 목욕물 연기에 휩싸인 무츠완 핌. 미소를 지으며 과거의 영광을 회상하는 순간, 화장실 창문에서 쿵쿵쿵! 소리가 들린다. 놀라 그곳을 바라보니 아까 전에 봤던 ‘익살 해피그’가 뭉툭한 자신의 코로 창문을 들이박고 있었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하곤 도망가는 돼지. “익살 해피그 저 녀석!” 몸을 대충 닦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무츠완 핌.

재능의 속사정

어두컴컴한 밤, 좁은 골목길을 정신없이 뛰는 무츠완 핌. 저 멀리 핑크빛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달아나는 익살 해피그가 보인다. 이유는 모르지만 왠지 저 대상을 잡아야 할 것 같은 강력한 욕망에 사로잡힌 무츠완 핌. 약 20분을 달린 끝에 어느 쓰레기 매립지에 다다른 익살 해피그와 무츠완 핌. 도망갈 곳이 없자 익살 해피그는 숨을 헐떡이는 무츠완 핌을 보고 익살스럽게 꿀꿀거리며 입을 연다. “내가 익살 해피그라고? 익살스럽게 웃는 것 때문이지? 단순히 단어와 이미지의 결합으로 네이밍하는 너의 방식은 구식이야! 차라리 AI로 돌리는 것이 훨씬 다채롭겠네!” 익살스럽게 미친 듯이 웃는 익살 해피그. 화가 점점 치밀어오르는 무츠완 핌. 헉! 잠에서 깨는 무츠완 핌. 아침이 밝은 상태다. 희미한 신음을 내며 일어나는 아내. “여보, 내가 왜 여기 있어?” 한숨을 푹 쉬는 아내. “어제 현관문 앞에서 자고 있던데? 어디 갔다 온 거야?” 말을 잇지 못하는 무츠완 핌. “여보, 그나저나 우리 아이 예명 뭐로 지을까? 생각해봤어? 당연히 생각했겠지? DND 직원이니까!” 두 뺨이 발그레해지는 무츠완 핌. 순간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나는 1월에 태어났고, 자기는 4월에 태어났으니까 ‘이치사’ 어때?” 기쁜 표정을 짓는 아내. “오! 좋은데? 역시 자기는 단어의 조합에 재능이 미쳤다니까!” 잠시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다 외치는 무츠완 핌. “잠깐! 조금만 시간을 줘. 다시 만들자!” 재빨리 방을 빠져나가는 무츠완 핌.

유의미한 경쟁

“아니! 천하의 무츠완 핌씨가 그 돼지 때문에 이렇게 풀이 죽어있어요?”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는 규배호. 릴세이 맥주를 왈칵왈칵 들이마신다. “캬~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사람이 무언가에 너무 몰입하면 환각이나 환청도 일어나고, 심하면 자신의 재능을 낮게 본다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무츠완 핌. 다음 날 아침, DND 지하 1층 휴게실에서 커피를 뽑는 무츠완 핌. 잠시 후 그의 옆으로 동료 스나부라 미토가 등장한다. “요즘 네이밍 어때? 잘되고 있어?” 고개만 끄덕끄덕하는 무츠완 핌. 힘없이 자리를 뜬다. 스나부라 미토는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잠시 보더니, 곧바로 지상 15층 인간 변화 분석팀으로 향한다. 해당 팀으로 들어서자 그녀를 반기는 두후 슈미츠. ‘익살 해피그’ 태그가 붙은 기형 돼지의 뇌를 인간의 뇌와 결합하고 있다. “슈미츠씨, 확실히 그에게 자극을 준 것 같지만 아직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제대로 하신 거 맞죠?” 호탕하게 웃는 슈미츠. “그럼요! 분명 자신의 네이밍 방식을 반성했을 겁니다. 동료의 발전을 위해 이렇게까지 힘쓰다니 놀랍네요! 하하!” 쓴웃음을 짓는 스나부라 미토는 툭 한마디를 내뱉는다. “가장 큰 이유는 저를 위한 것입니다.” 한편, 지상 8층 퍼레이드 광고팀에선 베이비박스 광고를 위해 분주하다. “그니쿨 수장님! 베이비 박스를 철가방으로 둔갑시켜 아기들의 분뇨를 세상에 퍼뜨리는 방향이 좋습니다!” “솜사탕을 응축시켜 베이비 솜베개를 만들면 어떨까요?” 팀원들의 의견을 가볍게 들으며 자신의 독특한 생각에 집중하는 그니쿨. 순간 전화가 시끄럽게 울린다. 전완근에 힘을 실어 완벽하게 전화를 받는 그니쿨. “안녕하세요, 그니쿨씨. 스나부라 미토입니다. 출산 광고를 진행해주세요. 이는 DND의 미래 네이밍 산업에…” 약 5분간 해당 전화가 이어진다. 툭! 전화를 끊는 그니쿨. 팀원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그리고 이어지는 강렬한 선포. “베이비 박스를 늘리기 위해선 무분별한 고출산이 필요하다. 우선 이것으로 가자! 저출산을 고출산으로!” 팀원들의 박수갈채와 폭소가 이어진다. 저 멀리서 내선 전화로 그니쿨의 전화를 엿들은 하미오 새타는 참된 미소를 지으며 박수갈채에 동참한다.

DND VIDEO : https://www.youtube.com/watch?v=BUo5z84qKTw
DND 속보 : https://dndnews.co.kr/%ea%b1%b1%ec%a0%95-%ed%8f%ad%eb%b0%9c-%ec%b6%9c%ec%82%b0-%ec%9e%a5%eb%a0%a4-%eb%8b%ac%eb%a6%ac%ea%b8%b0/
DND 출산율 관련 정보 : https://dndnews.co.kr/%eb%8f%99%ec%95%84%ec%8b%9c%ec%95%84-%ec%b6%9c%ec%82%b0%ec%9c%a8-%eb%8f%99%ed%96%a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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