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근 목격기

“성적인 집착을 너무 과도하게 부린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아예 포르노 아닌가요?” 거짓 작가팀 회의실에서 여러 직원이 해당 소리를 뱉으며 난동을 부린다. 부수장 안이주는 최대한 팀원들을 설득했으나 논리적으로 밀리는 느낌을 받는다. 수장 예두삼은 두 눈을 감고 그들의 소리들을 모조리 자신의 뇌세포 속 남근들에 저장한다. 저장하면 할수록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얼굴에 커다란 곰보 자국이 분화구처럼 난 자신의 아버지가 밥상 앞에서 남근을 드러내고 있다. 어머니는 밥을 먹다 말고 그 남근을 자신의 목구멍 깊숙이 포옹한다. 포르노 식사 관람을 8살에 경험하는 어린이 예두삼은 그들을 맛있게 응시한다. 그 행동은 논리성이 전혀 없었지만, 왠지 가정의 평화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기이한 쾌감을 맛봤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회의실 책상을 확! 치며 일어나는 예두삼. 바지를 내리고 자신의 남근을 세운다. 놀라 그것을 바라보는 모든 팀원. “이 기둥의 공개는 무논리입니다. 현재 당신들의 관람 이유는 논리적입니까?” 모두 소심한 말투로 ‘욕구 인정!’이라 외친다. 남근을 자신의 의지로 다시 내리는 예두삼. 쓸쓸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박차고 나간다.

Black Scissors

바람을 쐴 겸 서울 화곡동에 있는 우장산을 찾은 예두삼. 정상에서 50m 정도 떨어진 지점에 거대한 DND 표지판이 보인다. 해당 표지판엔 작고 굵은 글씨로 ‘DND Black Event’라고 적혀있었다. 표지판을 지나 굵직한 나무들이 모인 곳으로 가니 알몸의 형태로 40명의 블랙 이벤트팀 직원들이 양손에 가위를 들고 춤 연습을 하고 있다. 서로의 남근을 자를 듯 말 듯, 수상한 가위질들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해당 직원들의 표정엔 마치 남근의 잘림을 원하면서도 소중한 것을 잃고 싶지 않은 간절함이 어렴풋이 보였다. 순간 멀리서 예두삼을 알아보고 반갑게 알몸으로 뛰어오는 블랙 이벤트팀 수장 ‘즈가풍’. “예두삼씨! 어쩐 일이십니까? 저희의 대형 프로젝트인 ‘남근 공포 학살기’를 보러 오시다니 감동입니다.”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답하는 예두삼. “오늘따라 남근을 포착하고 싶었습니다. 우장산은 어떻습니까? 지독한 남근 보호 중독자들이 넘쳐난다는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미친 듯이 공감하는 즈가풍. “맞습니다! 이곳은 자신의 성욕을 마음껏 분출하지 못하는 노년 여성들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어색한 집념과 섹스에 대한 갈망이 뒤엉켜있는 기이한 곳입니다. 블랙 이벤트 하기 딱 좋은 장소란 말입니다! 하하! 근데 안색이 왜 그러십니까? 무슨 일 있습니까?” 즈가풍의 날카로운 침샘의 폭풍이 예두삼의 동공에 닿았다. “요즘 팀원들의 가식적인 형태가 돋보여 저의 초심까지도 흔들리고 있어 걱정입니다.” 즈가풍은 약간의 분노가 쌓인 표정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뱉었다. “Jacky Room 14번 방에서 다시 욕구로 가득 찬 자신의 페르소나를 확인하세요. 저도 가끔 이용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다시 이벤트 현장으로 되돌아가는 즈가풍. 그의 남근에서 핏방울이 하나둘 떨어진다. 그것을 보며 알량한 감탄을 하는 예두삼.

Room 14

Jacky Room 앞에 도달한 예두삼. 앞엔 DND Guard ‘쉬스판’이 서 있다. “본인의 신원을 본인만의 암구호로 증명하시오.” 바지를 내리는 예두삼. “인간의 거짓된 성욕을 교육된 애무로 치장하는 행태를 파괴하는 것이 나의 임무이다.” 요상한 탭댄스를 추며 문을 열어주는 쉬스판. 예두삼은 바지를 올리고 해당 문으로 들어간다. 이후 수많은 방 중에서 14번 방으로 들어가는 예두삼. 해당 방은 엄청난 양의 거미줄이 그를 반겼다. 방 정중앙엔 거대한 거미 모양의 의자가 있었다. 그곳으로 걸어가 앉는 예두삼. 앉자마자 거미의 다리들이 그의 바지를 벗겨 남근을 감싼다. 눈을 질끈 감으며 성적인 쾌감을 어쩔 수 없이 느끼는 예두삼. 그 쾌감은 가장 원초적이며 재빠른 것임을 알아차린다. 거미의 동공이 예두삼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순간 거미의 입에서 하얀 수액이 그의 얼굴을 흠뻑 적신다. 점점 의식을 잃어가는 예두삼. 뿌연 의문의 공간에 잠식당한다. 존경하는 스승, 예술가, 작가의 알몸들이 허공에 떠도는 것을 목격한다. 환각임을 앎에도 그들에 대한 존경심이 빠르게 사라진다. 동시에 큰 울림소리가 그의 달팽이관을 자극한다. “다 싸는 존재, 다 벗는 존재, 다 하는 존재…” 해당 소리가 약 30번 반복이 된 후 그는 다시 의식을 잃는다.

존경의 미학

“그래, 더 포옹을 해줘!” 된장찌개 국물이 조금 적셔진 어머니의 입이 아버지의 남근을 포옹한다. 해당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예두삼. 어머니의 표정 또한 밝은 분위기였다. 아버지는 순간 자식을 바라보며 씩 웃어 보인다. “아버지 존경하니? 아버지는 의사지만 이런 것도 마음껏 한단다. 성교육은 자고로 몸소 해야 하는 거야. 식사를 식사 현장에서 해야 그게 옳은 이치 아니겠니?” 어머니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예두삼은 그에게 무언가 말하기 위해 입을 벌린다. 순간 주위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밥상에 있는 여러 반찬과 찌개가 허공에 떠올라 폭발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이 어느새 해골로 변한 채 성관계를 하고 있다. 두려움에 떨며 도망치려는 예두삼. 갑자기 수천 마리의 거미들이 그를 거미줄로 묶는다. 거미줄의 굵기는 일반 거미줄의 약 50배였다. 꼼짝도 못하는 예두삼. 거미줄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굵어진다. 해당 거미줄엔 검은 글씨들이 반복적인 형태로 쓰여있다. ‘다 싸는 존재, 다 벗는 존재, 다 하는 존재…’ 순간 거대한 거미가 그의 앞으로 다가와 하얀 수액을 얼굴에 흠뻑 뿌린다. 다시 의식을 잃는 예두삼.

질문 오류 현장

색감이 화려한 어느 장소에 도달한 예두삼. 그는 천장에 온몸이 거미줄로 묶인 채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다. “체계적인 구조와 형식이 아닌, 원초적인 표현을 배설하고 싶습니다.” 과거 DND 특별 채용 면접 현장 속 자신의 발언 모습이 보인다. 흡족해하는 임원들과 수장. “자, 그럼 부모님, 애인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는 인간이 마주하는 결말에 대해 발언하세요.” 수장의 시험 질문이 뱉어진다. “그는 어젯밤 집에서 발견한 거미 한 마리를 생각합니다. 순간 그는 거미로서 자신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기로 합니다.” 한 임원의 이어지는 날카로운 질문. “왜 갑자기 거미로 변신하죠?” 씩 웃으며 답하는 예두삼. “질문에 오류가 있습니다. 질문 변경 부탁드립니다.”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수장의 외침이 일어난다. “좋습니다. 최균악씨, 저희와 함께 합시다.” 순간 면접자 최균악은 천장에 박혀있는 예두삼을 바라본다. “가짜로 돌돌 말린 남근이 어떻게 남근을 배설합니까?” 숨이 턱 막힐 듯한 압박을 느끼는 예두삼. 다시 의식을 잃는다.

증명 거부, 배설 선포

의식이 돌아온 예두삼. 14번 방은 이전과 달리 텅 비어있다. 순간 천장을 바라보니 ‘다 싸는 존재, 다 벗는 존재, 다 하는 존재’라는 글씨가 크게 박혀있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해당 장소를 빠져나가는 예두삼. 어느새 거짓 작가팀 사무실에 도착한다. 그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밀린 업무를 다시 처리하려고 한다. 순간 ‘유현주가 적힌’ 명찰을 단 ‘안이주’가 예두삼에게 서류를 건네주기 위해 다가온다. 그녀는 밝은 미소로 예두삼을 바라본다. “드디어 거짓 이름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군요. 원초적인 탈바꿈 축하해요, 최균악씨.”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왼쪽 가슴에 달린 명찰을 확인해보는 예두삼. ‘예두삼’이 아닌 본명 ‘최균악’으로 명찰이 바뀌어있다.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포효하는 최균악. 사무실 내 팀원 모두가 그를 바라본다. “이제, 남근 증명을 더는 요구하지 마세요! 확실히 모두 배설하세요!” 그의 초심이 다시 우뚝! 남근처럼 서는 순간이었다.

DND VIDEO : https://www.youtube.com/watch?v=AarO2HqqK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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